롯데그룹 경영권을 놓고 2년 넘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신동주-동빈 형제가의 가족과 친인척이 적극 중재에 나서고 있다. 재계 5위 롯데의 경영에도 변화가 나타날 지 주목된다.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승리로 소강 국면에 접어 들고 있는 데다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의 자문역을 해 온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과의 결별로 상황 변화가 발생하자 화해 분위기가 조성될 가능성이 짙어졌다.
6일 롯데그룹 등에 따르면 신 전 부회장과 신 회장의 모친 시게미쓰 하쓰코 여사와 삼촌 신선호 일본 산사스 사장, 사촌 동생 신동우 산사스 전무 등이 두 형제 사이에서 적극 중재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정확한 시일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달 중에 두 사람이 다시 만나 화해하는 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신동주-동빈 형제는 경영권 분쟁이 불거진 2015년 7월 말 이후 2년여 만에 처음으로 올 6월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독대한 바 있다. 당시에도 하쓰코 여사와 신 사장 등이 적극 중재, 자리를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동주 전 부회장 측과의 대화 노력을 계속하고 있지만 정확한 만남 일정에 대해서는 정해진 것이 없다”면서 “신동빈 회장은 화해의 뜻이 있으며, 언제든 대화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신 전 부회장은 민 전 산업은행장과 자문역 계약을 해지한 데 이어 최근 새로운 법률자문단으로 국내 7위 법무법인인 '법무법인 바른'을 선임하는 등 진영을 새롭게 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감정의 골이 깊게 파인 두 사람의 분위기에 변화가 생긴 것은 신 전 부회장이 민 전 행장과의 결별을 결심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유성 사단은 그동안 롯데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각종 고소·고발과 주총 표 대결 등을 남발하며 롯데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됐고, 각종 소송전으로 롯데를 바라보는 여론이 극도로 악화되는 부작용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또 신 회장과 롯데를 상대로 한 각종 송사와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도 연패를 거듭, '민유성 사단'에 대한 신 전 부회장의 신뢰가 추락한 것도 또 다른 원인으로 지목된다.
재계 관계자는 “형제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상황에서 화해가 쉽게 이뤄지진 않겠지만 최근의 분위기 변화는 상당히 밝다”면서 “가족들의 적극 중재로 형제간 입장 정리 및 극적 화해와 타협 가능성도 있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의 역할 확대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그룹 경영권은 신동빈 회장 쪽으로 기울었지만 대타협이 이뤄지면 계열사를 일부 나눠 경영하는 흐름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