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대화가 필요해

10년 만에 부활한 개그콘서트 코너 '대화가 필요해'의 웃음 포인트는 황당함과 씁쓸함이다.

Photo Image

화난 얼굴로 “가출을 했으면 집에 돌아오지 마라”면서 꾸짖는 아버지에게 “수학여행을 다녀온 것인데요”라고 답하는 아들의 모습이 실소를 자아낸다. 20년 넘게 함께 살아왔다는 가족이 의사소통이 전혀 안 된다. 가족을 보다 보면 정말 가족이 맞는지 의심이 될 정도다.

최근 기본료 폐지 논쟁에서 출발해 선택약정할인율 25% 상향을 둘러싸고 논쟁을 벌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이동통신사를 보면 이 코너가 떠오른다.

이동통신산업이 30년을 넘었지만, 서로의 사정을 전혀 모르는 것 같아 씁쓸한 미소가 지어질 정도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와 시민사회단체는 공공재인 주파수를 사용하는 이통사가 국민 통신비 부담을 줄여야 할 책임이 있다며 기본료를 폐지하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연 매출 최대 7조원이 증발하면 이통사는 어떻게 생존하느냐는 질문에 귀를 닫았다. 적어도 이통사 데이터가 잘못됐다거나, 시민단체 계산으로는 손해가 7조원까지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반박이라도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초과이윤이 많았으니 희생을 감수하라는 주장만 되풀이했다. 일방적 다그침 속에 어색한 침묵이 흐를 수밖에 없었다.

선택약정할인율 25% 상향도 마찬가지다. 통신비 인하의 답은 '경쟁활성화'라고 하는데도 상대의 답과 무관하게 “일단은 내려”라는 식의 소통이 반복됐다. 이통사는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였지만, 어색한 침묵이 지속된다.

상대방 사정은 어떤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논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선택약정할인율 상향 이후에도 보편요금제와 분리공시제, 단말기완전자급제 등 장기 과제가 즐비하다.

정부와 이통사가 앞으로 통신비 정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소통' 문제를 반성하고 넘어 갔으면 좋겠다.

'대화가 필요해'에서 대화가 이뤄지지 않는 것은 일방적인 다그침 때문이다. 여론에 떠밀린 다그침 대신, 찬찬히 살펴보고 상대 이야기를 듣는 방식의 대화가 필요하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