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성공 신화를 일군 대표주자 3인방이 나란히 총수로 지정됐다.
정부가 네이버, 카카오, 넥슨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했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김정주 NXC 대표는 '동일인(이하 총수)'이 됐다.
정부는 기업 규모가 커진 만큼 규제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벤처로 출발한 '젊은 기업'을 전통 주력산업 기준으로 규제하면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들 기업이 과거 이미지의 '재벌'과 다른 새로운 대규모 기업과 총수의 모습을 보일지도 관심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9월 1일자로 자산총액이 5조원 이상인 총 57개 기업집단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5월 먼저 지정된 10조원 이상 31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하 대기업집단)에 자산총액 5조원 이상 10조원 미만인 26개 준(準)대기업집단이 추가됐다.
공정위는 지난해 대기업집단 자산총액 기준을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올렸다. 이후 자산총액 5조원 이상 10조원 미만 기업집단에 대한 규제 공백이 생겼다. 이를 메우기 위해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신설했고, 이번에 처음 대상을 지정했다.
국내 벤처 선두주자이자 대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으로 성장한 네이버, 카카오, 넥슨이 모두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자산총액(해외 계열사 제외)은 카카오가 6조8000억원으로 가장 많다. 이어 네이버(6조6000억원), 넥슨(5조5000억원) 순이다.
작년과 비교해 네이버는 라인플러스 등 주요 계열사 실적 개선으로 현금성 자산이 증가했다. 넥슨 역시 네오플 등 주요 온라인게임 계열사 매출 호조로 자산이 늘었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현 글로벌투자책임자), 김범수 카카오 의장, 김정주 NXC 대표가 총수 지위가 됐다. 총수는 해당 기업집단의 '사실상 지배자'다. 허위자료 제출 등 법 위반 시 직접 책임을 진다. 총수 일가는 일감 몰아주기가 금지되고 경영활동 공시 의무가 부여된다.
공정위는 네이버, 카카오, 넥슨이 이미 '공룡기업'이 된 만큼 불공정 행위를 억제하기 위해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총수 지정의 부당함을 주장했던 이해진 창업자와 관련해서는 “자료를 종합 검토한 결과 네이버의 총수는 창업자인 이해진”이라고 못 박았다. 앞서 이해진 창업자는 낮은 지분율을 근거로 총수를 본인이 아닌 법인으로 지정해달라고 공정위에 요청한 바 있다.
공정위는 네이버의 높은 지분 분산도를 고려했을 때 이해진(지분 4.31%) 및 임원(0.18%)의 지분 4.49%가 사실상 지배력 행사에 유의미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해진 창업자가 대주주 중 유일하게 경영활동에 참여하는 사실 등도 판단 근거로 작용했다.
총수 지정이 기업 경영을 저해할 수 있다는 주장에는 “해외 활동, 투자에 제약이 되고 타격을 받는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며 “오히려 총수가 없으면 계약 등에 차질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제조·건설 등 전통 주력사업 기업과 동일하게 자산총액을 기준으로 벤처 출신 기업을 규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연한 의사 결정, 활발한 사업 진출을 저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벤처 기업 출신 특유의 투명한 지배구조, 합리적 의사결정을 바탕으로 과거 재벌과 다른 새로운 기업과 기업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내년부터는 매년 5월 1일 공시대상기업집단을 지정할 계획이다. 관련 근거가 지난 7월 처음 마련돼 올해는 예외적으로 9월에 지정했다는 설명이다.
박재규 공정위 경쟁정책국장은 “관련 정보를 지속 분석·공개해 시장 감시를 활성화 하겠다”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 김시소 게임 전문기자 siso@etnews.com,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