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포럼]우리에게 필요한 '포용적 성장'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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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자유 시장 경제 체제 아래 1970년 이후 급속한 경제 성장과 더불어 소득이 증대했고, 생활도 과거에 상상할 수 없는 질적 향상을 이룩했다.

그러나 경제 성장과 함께 빈부 격차 확대, 소득 수준의 불평등 심화, 실업 문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공정 경쟁, 노령 계층 빈곤 등 문제를 야기했다. 이러한 문제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자유 시장 경제 체제를 택하고 있는 모든 국가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경제 성장의 새로운 측면을 강조하는 '포용적 성장'이란 새로운 경제 정책 기조를 제시하고 있다.

OECD가 내세운 포용적 성장이란 '경제 성장이 인구의 모든 계층에 기회를 창조해주고, 성장의 결과가 금전적이든 비금전적이든 사회 전체에 공정하게 배분되게 하는 것'이다.

포용적 성장이 필요하게 된 원인과 해법은 각국 경제 사정에 따라 다르다. 그러나 우리 경제가 포용적 성장을 필요로 하게 된 근본 문제는 경제 활동에서 공정한 경쟁·계약·기회가 확립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 경제처럼 대기업이나 재벌 위주로 경제 성장을 추구한 경우 포용적 성장 필요성은 어느 다른 나라 경제보다 절실하다.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빈부 격차 확대, 실업 문제 등 경제 성장 걸림돌로 작용한다.

우리 경제 속에 불공정 경쟁 사례를 들어 그 심각성과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를 알아보자.

첫 번째 사례는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일감 몰아주기다. 일감 몰아주기란 자회사를 세워서 계열 기업들이 유리한 조건으로 자회사에 업무를 몰아주는 것이다. 이런 일감 몰아주기 형태는 자회사에 높은 가격으로 일감을 주고, 다시 자회사가 외부 회사에는 낮은 가격으로 업무를 맡김으로써 자회사에 높은 수익률을 보장해 주고, 기타 외부 기업에는 수익성이 저하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이와 같은 현상이 계속적으로 반복되면 해당 산업 발전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경제 전체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두 번째 대기업집단이 일감 몰아주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일감 싹쓸이를 하는 것이다. 이는 자유 시장 경제에서 자유롭게 수익을 추구해 사유 재산을 증식시키는 것이 기본 틀이기 때문에 수익이 발생하는 모든 사업에 참가하는 것이다. 이른바 비관련 다각화를 통해 수익이 남는 사업이면 무슨 사업이든지 참여하는 것이다.

세 번째로 일감 싹쓸이 문제는 거대 자본이 어느 사업에 참여함으로써 이 분야 중소기업 입지를 축소시키거나 감소시키게 됨으로써 실업 문제뿐만 아니라 고용 기회도 줄어들게 만든다.

흔히 경제에서 '9988'이라 해서 전체 기업 99%가 중소기업이고 고용 88%가 중소기업에서 창출된다는 뜻이다. 이런 경우 대기업 일감 싹쓸이 전략으로 중소기업 신규 창출이 줄어들고, 기존 중소기업 존립을 어렵게 하면 우리 경제 현안인 청년 실업 문제 해결은 더욱 어렵게 될 것이다. 특히 대기업 집단이 경제력 집중에서 창출되는 수익을 기반으로 높은 월급을 주면 중소기업과 임금 격차는 더욱 확대될 것이다. 지금도 중소기업 평균 임금이 대기업의 60% 미만 수준으로, 중소기업 취업 희망자는 더욱 줄게 된다. 이에 따라 청년 실업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청년 실업 문제 해결을 위해 공공 부문 고용을 확대하겠다는 것은 세금으로 국민 생활을 영위하겠다는 사고방식이다. 또 몇몇 재벌 기업 회장들을 모아 놓고 청년 고용을 확대해 달라고 부탁하는 것은 고용 시장의 기본을 이해하지 못한 정책이다.

청년 실업 문제는 더 많은 중소기업에 어느 정도 수익성이 보장되는 수준에서 사업을 경영할 수 있도록 공정한 경쟁 규칙과 여건을 제공, 포용적 성장을 추구할 때 비로소 해결의 실마리가 풀릴 것이다.

네 번째로 중소기업이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개발하더라도 대기업이나 재벌이 이 기술이나 제품을 무단 도용하거나 발전 기회를 막는다면 빈부 격차나 소득 수준 불평등 또는 실업 문제 해결 더욱 요원해진다. 이러한 대기업 불공정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중소기업 고유 업종이나 중소기업 적합 업종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이러한 규제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나 형사처벌 대상이 되지 않으면 효과는 미미하다.

마지막으로 우리 헌법에는 빈부 격차 확대, 소득 수준 불평등, 청년 실업 문제, 노령층 빈곤, 정규직과 비정규직 소득 격차, 남녀 간 불평등,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공정 행위 등을 다루는 조항이 있다.

헌법 제119조 제1항은 '대한민국의 경제 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 활동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 제2항은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 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해, 경제 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 민주화를 위해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헌법 제119조 의미는 바로 OECD가 포용적 성장에서 제시한 내용을 담고 있다. 경제에 참여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소득 배분 공정성을 위해 정부가 규제하고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정한 경쟁을 위해 경쟁 규칙이 공정하게 제정돼야 한다. 이때 문제는 규칙 제정이 힘 있는 사람이나 편에 의해 행해진다는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 규제나 조정이 필수적이며, 우리 정부도 헌법 제119조 정신과 의미를 살리는 규제와 조정의 역할을 통해 포용적 성장을 추구하도록 유도하고 강권해야겠다.

곽수일 서울대 명예교수(대한민국학술원 회원) skwak@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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