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가시화 된 출연연 연구직 비정규직 해소... 기대와 우려 '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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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노동자 문제가 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인 '공공 부문 비정규직 제로화'가 본격 논의되면서 이슈가 됐다.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도 영향을 받는다. 아직 규모나 방식은 알 수 없지만 고용 지형의 지각 변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와 공공 부문의 비정규직 전환 문제가 불거지면서 출연연 내부에서 연구직의 비정규직 해소에 대한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이미 비정규직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 연구직의 고용 불안을 해소하고 안정된 기반을 마련할 때 기관 전체의 연구 효율도 올라간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분별하고 급격한 정규직으로의 전환은 출연연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NST 소관 25개 출연연의 비정규직은 전체 1만5899명 가운데 3714명이다. 연구직, 기술직, 행정직, 기능직을 합쳐 전체 인원의 약 23%에 이른다.

중심이 되는 연구직을 보면 1만1641명 가운데 2677명이 비정규직이다. 정부 관리로 2014년 3309명에서 20% 가까이 줄었지만 아직 상당한 수준이다. 연구직 가운데 40% 가까운 수를 비정규직으로 채운 곳도 적지 않다. 과도한 비정규직 인력은 출연연의 연구 기능을 약화시키는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정부의 비정규직 문제 해소 행보에 출연연 안팎의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다.

정부는 조만간 '공공 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로드맵'을 구성한다. 7월 20일에는 고용노동부가 '공공 부문 비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통해 앞으로 있을 행보의 방향을 밝히기도 했다. 관련 자료는 연구 업무를 상시·지속 수행하는 연구 인력의 정규직 전환 대상 규정을 원칙으로 했다. 프로젝트형 연구를 반복 수행하는 이들도 전환 대상으로 설정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지난 5월 25일 국정정책자문위원회에 출연연의 비정규직 현황, 정규직 전환 방안을 전달하는 등 준비에 착수했다. 세부 안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로드맵 구성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총론이 갖춰지면 이후 각론 수립에 나설 방침이다.

출연연의 내부 시선은 기대와 우려로 나뉜다. 많은 부분에서 제약을 받고 있는 비정규직 연구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염원하는 공공연구노조는 내심 기대에 부풀어 있다.

출연연에서 비정규직으로 5년을 보낸 한 연구원은 “2012년에 박사 학위를 딴 직후 출연연에 들어와 정규직과 같은 일을 했지만 매년 재계약하는 신세를 벗지 못했다”면서 “얼마나 많은 비정규직이 정규직화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새 정부의 행보는 꼭 필요한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공공연구노조 측도 아직 상황을 지켜봐야 하고 이후에도 많은 협의가 필요하지만 정부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취지에는 공감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부 행보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사람도 적지 않다. 변화 자체에는 찬성하지만 급작스러운 변화는 도리어 기관 연구 효율을 낮추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비정규직 연구자의 정규직화 기준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크다. 현재 비정규직 연구자의 정규직화 논의에 우려를 보내는 사람들은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채용 기준 및 역할이 다르다고 얘기한다. 무분별한 정규직으로의 전환은 형평성을 크게 해칠 수 있다는 것이다.

출연연의 한 프로젝트 리더급 연구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연구자가 하는 일이 같다고 하지만 연구 기획이나 주도하는 역할은 정규직이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채용 과정에서도 정규직이 더욱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임용됐는데 하루아침에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면 형평성을 유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이후 닥칠 '채용 경색'도 문제가 된다. 한 번에 다수의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면 출연연이 한동안 신진 연구자를 영입할 기회를 잃을 수밖에 없다.

출연연 정규직 임용을 준비하고 있는 한 포닥(박사후연구원)은 “출연연 연구직의 비정규직 문제 해소는 좋은 일이지만 출연연 취업문이 좁아지지 않을까 걱정된다”면서 “지금은 해외로 나가는 방법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실 문제를 걱정하는 출연연 내부 목소리도 나온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따른 막대한 예산을 마련할 방안이 부족하다는 의견이다. 지난해 민경욱 의원(자유한국당)이 내놓은 출연연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출연연 정규직의 평균 연봉은 6806만원이다. 비정규직 평균 연봉 4108만원보다 70% 가까이 많다. 평균능률성과급도 70% 차이를 보인다. 출연연에서도 예산 문제에 고민이 앞선다.

한 출연연 관계자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는 많은 예산 소요가 필요하기 때문에 출연연에서도 많이 걱정하고 있다”면서 “합리 및 점진 추진이 되지 않는다면 연구 현장을 흔드는 일밖에 안 된다”고 우려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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