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입법·행정 패러다임부터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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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통령 선거 기간에 주요 후보들은 대기업 중심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청년실업 문제 해법으로 창업 활성화를 제시했다. 창업과 신기술 혁신 산업 육성에 불필요한 걸림돌을 없애기 위해 네거티브 규제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의 역할은 창업 지원과 육성이지 시장을 직접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어떤 후보가 되든 창업 활성화는 시간문제 같았다. 문재인 정부도 최근 공유경제, 핀테크 등 혁신 분야에 네거티브 규제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일선에서 느끼는 괴리감은 여전하다. 입법부터 행정까지 국가가 산업을 주도하려는 발상이 곳곳에서 엿보인다. 지난달에는 돈을 받고 다른 사람의 게임 캐릭터를 대신 키워 주거나 등급을 올려 주는 행위를 처벌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대리 게임은 이용자와 e스포츠에 악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각 게임사가 해결해야 할 일이지 국가가 직접 나설 일은 아니라는 비판이 더 많다.

공공기관이 산업 육성을 이유로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개척한 시장에 버젓이 들어오는 경우까지 있다. 최근 한국관광공사는 자유여행객 대상의 여행상품 티켓 판매 사이트를 직접 만들겠다며 논란을 빚었다. 수년 전부터 여러 스타트업이 뛰어들어 키워 온 시장이다.

서울시도 마찬가지다. K팝 댄스 체험 프로그램, 체험형 관광상품 온라인 오픈마켓 등에 연이어 뛰어들었다. 기존의 동종 사업을 키워 오던 영세 사업자는 반발했다. 서울시 담당자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가치 차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국가가 직접 나서면 관광산업 활성화 효과가 더 크다는 것이다.

가치 차이가 맞다. 정부와 각 당 대선 후보까지 나서서 규제 완화와 창업 활성화를 외치지만 반대편에선 아직도 인식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다. 규제도 모자라 기존 산업에 뛰어들어 경쟁하겠다는 것은 시대를 역행하는 처사다.

신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정부가 직접 배달 플랫폼을 운영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소상공인의 피해를 막는다는 선한 의도에서 한 발언이다. 그러나 자칫 잘못하면 현 정부의 경제 활성화 정책이 양두구육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을 우려가 있다. 규제 패러다임 전환보다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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