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 순천 소재 한 스타트업이 마그네틱보안전송(MST) 기능이 없는 스마트폰을 기존 마그네틱 카드(MS) 단말기로 결제하는 원천기술을 개발했다. 해외 특허까지 획득하고 금융사, 스마트폰 제조사와 공동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협력 대상이 서울에 있어 일주일에 세 번 서울을 오간다. 한 달 교통비와 숙박비만 수백만원이다.
또 다른 전남 순천 소재 핀테크기업 A사도 인큐베이팅을 받으러 매달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를 찾는다. 전남 창조경제혁신센터는 농업에 특화돼 있어 A사가 도움을 받을 수 없다. 막바지에 있는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2배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정부와 금융기관, 대그룹 등이 핀테크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전용 사업 공간과 인프라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했지만 90% 이상이 서울에 집중됐다. 상대적으로 수도권 집중이 불가피하지만, 불균형이 적정 수준을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좋은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지방 스타트업의 성공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사와 정부 등이 최근 내놓은 핀테크 프로그램과 인프라 등이 서울에만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핀테크지원센터에 등록된 스타트업 129개사 중 서울, 경기를 제외한 지방 소재 핀테크 기업은 12개사로 약 10% 돌파를 목전에 뒀다. 여기에 IT와 SW, 밴, PG 등 본업에서 핀테크 분야로 업종 변경하는 사례가 지방에서 늘고 있다.
핀테크산업협회에도 최근 지방 소재 기업 등록이 늘고 있다. 대전과 대구, 부산, 창원, 제주까지 총 12개의 지방소재 기업이 회원사로 참여했고, 등록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은행 핀테크 육성 프로그램에도 최근 지방 소재 스타트업 기업 참여가 늘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아직 서울과 경기도 소재 기업이 상대적으로 많지만, 모바일 결제 등 다양한 분야가 활성화되면서 지방 스타트업도 동반 증가 추세”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반면 최근 늘어나는 프로그램과 육성시설의 서울 쏠림 현상은 강해지고 있다.
최근 금융사가 핀테크 사업 확대를 위해 진행하는 육성 프로그램과 별도 랩도 마찬가지다.
신한금융그룹은 퓨처스랩, KB금융그룹 스타터스, 우리은행 위비핀테크랩, NH농협은행 핀테크혁신센터, 한화생명 핀테크센터 드림플러스63, KEB하나은행은 1Q랩을 운영한다. 별도 지원프로그램은 물론 전용 공간까지 마련했다.
이들 시설은 전부 서울에 자리 잡았다. 입주나 협력기업도 대부분 서울에 위치했다.
관련 행사도 마찬가지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보고서에 따르면, 강남에서 진행되는 스타트업 이벤트만 연간 3000회 이상이다. 협업 공간 방문자도 10만을 넘어섰다.
구글 캠퍼스, 슈퍼셀, 애플, 위워크 등 글로벌 기업 스타트업 육성 인프라도 대부분 강남에 소재한다.
투자자도 마찬가지다. 벤처캐피털 90%가 서울에 위치한다. 지방 기업이 핀테크사업을 추진하려면 서울에 별도 공간을 마련하는 방법 밖에 없다.
지방에 위치한 많은 기업이 신선한 사업 모델을 개발해도 성장 기회를 잡기 어려운 이유다.
대구 핀테크업체 A대표는 “매번 KTX를 타고 서울로 향하지만 비용과 시간 낭비로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소연한다.
이런 상황에 금융사 등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시장 자체가 서울에 집중돼 있어 별도 지방기업 지원책 마련이 힘들다는 설명이다.
금융사 랩 지원센터 관계자는 “민간 차원에서 지방기업을 위한 특화 지원프로그램을 마련한다는 것은 투자대비 효율이 떨어진다”며 “균형 잡힌 핀테크 산업 육성을 위해 공공 영역에서 접근해 풀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정영일기자 jung01@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