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중단 공론화 계획을 보고 통탄을 금치 못했다.”
원자력계가 새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학계를 시작으로 산업계와 원전 주변 지역 주민, 정치권까지 탈원전 정책의 국민 합의를 요구했다.
원자력계 대학 교수 13명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책임성 있는 에너지 정책을 촉구하는 60개 대학 전임교수 417명 일동' 명의로 기자회견을 열고 새 정부에 “전문가 의견 수렴과 합리적 공론화 과정을 통해 장기 전력 계획을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성풍현 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 등은 “국가 에너지 기본 계획과 전력 수급 기본 계획을 숙의해 수정하지 않고 대통령 선언 하나로 탈원전 계획을 기정사실화한 것은 제왕적 조치”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숙의되지 않은 탈원전 정책 추진은 민생 부담 증가, 전력 수급 불안전, 산업 경쟁력 약화, 에너지 국부 유출, 에너지 안보 위기 등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원자력 학계 성명 발표는 지난달 1일에 이은 두 번째다. 고리 원전 1호기 영구 정지를 앞두고 새 정부가 계속운전과 신규 원전 건설 폐지 계획을 내세우자 23개 대학, 230명의 교수가 반대 의견을 냈다.
이날 국회에는 한 달 전보다 두세 배 늘어난 대학과 교수가 반대 의견 제출에 동참했다. 지난달 19일 문재인 대통령의 고리 1호기 폐쇄 기념사와 신고리 5·6호기 건설 일시 중단이 결정타로 작용했다. 정부가 원전 안전에 의문을 공식 제기하고 계속운전 원전을 세월호와 비교하자 원자력계 내의 불만이 커졌다.
학계는 △탈원전 정책 추진 중단 △해당 전문가 의견 경청 △국회와 전문가 참여 등 합리 방식의 공론화를 통한 장기 전력 정책 수립 등을 주문했다. 탈원전 정책이 반핵론자와 환경론자 중심으로 짜인 것으로 알려지자 원자력계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일 것을 요구했다. 곧 출범할 신고리 5·6호기 공론화기구에 원자력 관련자를 배제한다는 정부 원칙에도 우려를 표했다.
정치권도 탈원전 정책에 제동을 걸었다.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야당 측은 신고리 5·6호기 문제 논의를 위한 상임위 소집을 준비한다. 정부가 중요 사안을 국회 상임위와 상의 없이 단독으로 결정한 것에 문제를 제기할 전망이다.
자유한국당은 정부가 공사 중단을 강행하면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권성동 의원은 “법적 근거 없이 (공사를 중단)하는 대통령과 산업부에 대해 행정소송, 민사소송을 불사하겠다”고 말했다.
신고리 5·6호기 현장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일용직 근로자는 건설 중단에 따른 임금보전책 마련 농성에 들어갔다. 일부 주민은 대통령과의 직접 대화를 요구하고, 건설 중단 시 한국수력원자력을 고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인문사회학계 교수는 “지금은 신고리 5·6호기보다는 원전 자체에 대한 공론화가 먼저 필요하다”면서 “상반된 입장이 공존하는 사안에 정부가 먼저 결론을 내리면 갈등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etnews.com, 안영국 정치담당 전문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