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바꾼 나노] 4차 산업혁명 시대 주도할 '나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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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은 생산 패러다임 변화에서 시작된다. 현재 생산체계는 나노수준(10억분의 1 미터)을 산업적으로 다룰 수 있을 만큼 극도로 정교해졌다. 완전자동화 수준에 도달했다. 나노 기술은 고도화된 생산 체계와 공정, 연구개발 시스템을 한층 도약시킬 열쇠가 될 전망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넘어야할 기술적 한계와 패러다임 변화를 '나노 기술'로 넘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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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 3가지 허들, 초고속·대용량·저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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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로 연결된 모든 기계, 물류시스템을 자율 운전 하는데 현재 통신 속도로는 한계가 있다. '초고속화'가 요구된다. 사이버물리시스템(CPS) 운용에서 사용이 급격히 늘어나는 모바일 기기 통신 속도는 현재보다 획기적으로 빨라져야 한다. 5G 통신 도입 필요성이 거론되는 이유이다. 이동통신 속도가 빨라지는 것은 물론 원거리 데이터 통신의 대용량화도 필요하다. 알파고는 이세돌과 대결에서 100Gbps 광통신망을 사용했다.

빅데이터 처리나 인공지능 성능도 크게 개선될 필요가 있다. 현재 하드웨어 수준과 소프트웨어만으로는 성능 개선에 한계가 있다. 알파고는 이세돌과 대결에서 그래픽처리 유닛 조합(GPU)을 사용했으나 커제와 대결에서는 GPU 대신 전용칩인 텐서처리 유닛을 채택했다. 성능은 크게 향상시키면서 서버 크기는 획기적으로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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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이슈는 '대용량화'다. 천문학적 규모로 정보량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1990년대말 100엑사바이트 수준이었던 정보량은 2011년 1.8제타바이트를 넘어섰다. 2020년에는 2011년 대비 50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정보가 곧 자산이며 천문학적 규모 정보를 효율적으로 저장, 처리하는 것이 관건이다. 대용량 메모리칩과 이를 이용한 정보저장 시스템을 개발해야한다.

대용량화 이슈는 정보저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배터리 역시 지금보다 고성능화(대용량화)돼야 한다. 고속으로 회전하는 부품에 붙어있는 사물인터넷(IoT) 소자와 같이 독립적으로 동작하는 IoT 소자는 배터리 역시 초소형화돼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넘어야할 마지막 허들은 '저전력화'다. 전력 소모량을 획기적으로 줄여야한다. IoT 소자의 경우 생산시스템을 네트워크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모든 기계나 부품에 IoT 소자를 내장, 부착해야한다. 방대한 양의 IoT 소자가 필요하다. 세계에 설치된 IoT 소자는 2015년 약 8억개에서 2020년 22억개, 2025년 57억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IoT 소자 운용에 필요한 전력규모를 대기전력 기준으로 예측하면 2015년 대략 7.5TWh 수준이던 것이 2020년 22TWh, 2025년 47TWh로 연평균 20%씩 늘어날 전망이다. IoT 소자가 동작 중일 때는 대기 시보다 2~4 배 전력을 소비한다. 우리나라 2015년 총 발전량이 약 530TWh임을 감안하면 2025년에는 우리나라가 대략 한 달 동안 사용하는 전력량 정도가 IoT 소자를 운용하는데 투입된다. IoT 소자 저전력화는 반드시 풀어야할 숙제다.

막대한 양의 정보를 저장하고 관리하는데 소요되는 전력량도 만만치 않다. 급증하고 있는 모바일 기기, 컴퓨터, 데이터 저장 서버 등에 들어있는 프로세서와 메모리가 소비하는 전력량도 급증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이 소모하는 전력량도 적지 않다. 이세돌과의 대결에서 알파고가 소비한 전력은 약 1㎿ 규모다. 이세돌 뇌(약 20W)보다 약 5만배 이상 에너지를 사용했다. AI 활용을 산업 전반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전력소모를 획기적으로 줄여야만 한다.

◇4차 산업혁명 허들, '나노'로 넘는다

4차 산업혁명이 넘어야 할 세 가지 허들인 초고속화·대용량화·저전력화는 IoT용 센서, 메모리·마이크로프로세서 칩, AI나 빅데이터 전용칩 등 여러 부문에 공통으로 해당된다. 소자 성능을 초고속화나 대용량화하기 위해서는 단위 소자 크기와 소자 간 간격을 줄이면 된다. 동일 공간에 가급적 많은 수의 소자를 배치하면 된다.

현재 반도체칩은 이미 소자 간 선폭이 10나노미터 수준으로 축소돼 한계에 접근하고 있다. 선폭 축소와 동시에 단위 소자를 3차원 나노구조로 쌓아올려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국내 반도체 회사가 올해 말 출시 예정인 4세대 낸드플래시 메모리는 64층을 쌓아올린 적층 구조를 하고 있다. 3세대 48층 낸드플래시 메모리보다 정보 저장 능력은 2배, 전력 사용 효율은 30% 향상됐다. 이 소자로 하드디스크 드라이버를 대체하면 공간 크기를 4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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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초고속화, 대용량화에 대한 요구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층수를 늘려가는 공정기술과 더욱 효율적인 3차원 나노구조를 설계하는 기술을 지속 업그레이드 해야한다.

소비전력을 획기적으로 줄인 저전력 나노소자는 일반 전자소자 응용분야 외에도 자율주행 자동차와 로봇, 모바일 기기 등에 필수 부품이다. 나노소자 저전력화는 소자 초고속화, 대용량화를 통해 실현될 수 있다. 획기적인 저전력화가 필요한 일부 영역에는 비실리콘 계열 새로운 나노소자가 출현하게 될 것이다.

스핀전자소재(나노단위 다층 금속소재), 그래핀, 탄소나노튜브, 이황화몰리브데늄, 흑린 등 나노소재를 사용하는 새로운 나노소자 기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15년간 개발한 새로운 형태 나노소자 중 일부는 향후 사업화돼 실리콘계 반도체로는 극복할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알파고 AI 전용칩인 TPU에서 보듯이 AI가 사용될 환경에 적합한 전용칩이 개발됨으로써 대형 서버 구축이나 전력 비용에 대한 부담 없이 자율주행 기기, 자연 언어 번역기, 사무업무 대행 등 여러 분야로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초정밀 나노소자 공정과 나노패키징 공정을 이용해 AI 전용칩을 제조하고 컴퓨터 기반 나노계산과학이 칩 설계에 활용될 수 있다.

에너지 영역 대용량화 허들도 나노 기술로 해결할 수 있다. 로봇이나 자율이동 기기에 소요되는 배터리는 새로운 나노소재와 나노구조 기술을 적용해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장시간 안전한 운전환경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박종구 나노융합2020사업단장은 “15년 이상 나노기술 개발을 통해 축적한 기술로 4차 산업혁명 초기 장애요소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나노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초고속화, 고용량화, 저전력화 등 미션을 수행하는 4차 산업혁명 주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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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구 나노융합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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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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