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투자자 A씨는 최근 비트코인 '자동거래 봇' 서비스를 이용하다가 원화 기준 마이너스 56%에 이르는 손실 발생을 확인했다.
중개업체가 일방으로 현재 시세에 한참 못 미치는 입금 가격으로 수익을 산정했기 때문이다. 서둘러서 남은 비트코인을 회수했지만 6배 이상 급증한 현재 가치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이더리움에 적지 않은 돈을 투자한 B씨는 이달 중순의 시세 급증 때 차익 시현을 시도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거래소 사이트에 동시 접속자와 거래량이 폭증하면서 접속 장애가 발생한 것이다. 하루에 수천억원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가 이뤄지는 대형 거래소지만 시스템 안정성은 기대에 못 미쳤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거래소에서 이뤄지는 가상화폐 거래 규모는 하루 1조원에 육박한다. 규제 손길 밖에서 24시간 휴일 없는 무제한 투기 시장이 펼쳐진 셈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에선 시스템 안정성 미흡과 일방향의 운영 정책으로 이용자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이달 초 국내 주요 가상화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자동거래 봇' 사기 의혹이 연이어 제기됐다. 차트분석시스템 자동 매매 서비스 제공 업체가 절반이 넘는 손실을 본 데다 수익률 고지 기준까지 기존의 비트코인에서 원화 환산으로 변경되면서다.
해당 업체는 “비트코인 가격이 평소와 다르고 예상치 못한 가격 변동으로 말미암아 시스템에 의한 자동 투자 도중에 불가피한 손실이 발생했다”면서 “회원이 투자를 위해 비트코인을 입금했을 때의 원화로 변경했다”고 공지했다.
비트코인 국내 거래 가격은 지난해 50만원에서 올해 300만원대로 6배 이상 급증했다. 이용자 항의가 빗발침에 따라 업체가 수익률을 비트코인 기준으로 환산하자 손실률은 마이너스 86%에 달했다. 상당수의 피해자가 경찰 사이버수사대에 고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피해 구제는 쉽지 않은 실정이다.
해당 서비스 이용자는 “변동성 높은 가상화폐에 투자한 만큼 손실은 감당해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업체가 일방으로 환산 가치 기준을 변경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가운데 신뢰성과 평판이 다소 좋은 빗썸, 코인원, 코빗도 잦은 사이트 마비가 일어난다. 시세 급등락이 반복되면서 동시 접속자와 거래량이 급증하면 정상 거래가 어려운 상황이 반복된다. 거래 건마다 수수료(0.15%) 수익을 얻고 있어도 시스템 운영에 따른 불만은 큰 편이다.
20일 오후 2시 비트코인 거래량은 빗썸 1만6256BTC, 코인원 6425BTC, 코빗 6416BTC 등 총 2만9097BTC다. 현재 국내 거래가(325만원)로 환산하면 945억6525만원 규모다. 최근 비트코인보다 거래량이 늘어난 이더리움 등 여타 가상화폐를 합하면 규모는 더 커진다.
코인원 관계자는 “단순 서버 문제는 아니다. 차트와 채팅 등 다양한 기능을 담고 있어 평상시보다 동시 접속자가 크게 늘면 과부하가 발생한다”면서 “소프트웨어(SW) 간소화와 기능 최적화에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가상화폐는 시장 안에서 시세 조정이나 불공정 행위가 있어도 규제가 이뤄지지 않고 자본 시장과 투자자 보호 장치도 없다”면서 “투기 과열 양상을 보이는 만큼 과도한 투자는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표>국내 주요 비트코인거래소 24시간 거래량(6월 20일 오후 2시 기준)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