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의 정밀 뇌파를 측정하는 다채널 뇌파 측정 기술이 개발됐다. 앞으로 뇌신경계 질환 치료용 신약 개발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은 김소희 로봇공학전공 교수 연구팀이 제브라피시의 다채널 뇌파(EEG)를 비침습 방식으로 측정하는데 성공했다고 12일 밝혔다.
제브라피시는 현재 실험동물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쥐와 같은 설치류를 대체 및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실험동물 모델이다. 유전 특성이 인간과 유사하고, 산란 및 부화 주기가 짧아 한꺼번에 많은 개체를 얻을 수 있어 경제성이 높다.
특히 신약 개발 연구에서 많은 수의 제브라피시가 약물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는지를 대량으로 신속하게 관찰할 수 있어 신약 후보 물질의 스크리닝 과정에 드는 비용과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제브라피시가 실험동물로 주목받으면서 제브라피시의 뇌파 연구도 주목받고 있다. 전 세계에서 제브라피시 뇌파를 측정하려는 연구가 진행돼 왔지만 제브라피시 성체에서는 침습 방식으로 단일 채널에서만 측정이 가능했다.
제브라피시는 크기가 작은 수중 생물이어서 다채널 뇌파 측정이 어려웠다. 또 아가미 호흡을 하는 물고기를 물 밖에서 측정하기 위해서는 수분을 유지해야 하지만 비침습 뇌파 측정 시 채널 간 합선이 발생, 각 채널에서의 독립된 뇌파 측정이 어려웠다.
연구팀은 물 밖에서 제브라피시 두피의 수분을 최소화하면서도 아가미 호흡을 지속할 수 있는 기술을 고안했다. 유연한 회로기판으로 만든 전극을 활용, 한 시간 동안 안정된 상태에서 다채널 뇌파를 측정할 수 있었다.
연구팀이 개발한 다채널 뇌파 측정 기술은 뇌 특정 부위에서 뇌파가 발생, 어떤 방향으로 전파하는지에 대한 정밀한 관찰 및 연구가 가능하다. 뇌전증과 같은 뇌신경계 질환 치료용 신약 개발 연구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소희 교수는 “물 밖에서 제브라피시를 60분 동안 살려 둔 상황에서 비침습 방식으로 다채널 뇌파를 측정하는데 성공한 기술이 핵심”이라면서 “유효한 치료 약물이 없는 뇌신경계 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새로운 후보 약물 발견과 신약 개발 연구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성준 G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박사과정 연구원(제1저자), 김명규 전남대병원 신경과 교수 연구팀과 공동 연구한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 유명 학술지 네이처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의 온라인판에 실렸다.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 여성과학자지원사업, DGIST 미래브레인 사업, 전남대병원 의생명과학연구원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