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경의 발칙한 커뮤니케이션]<23> 마크롱과 '드메신드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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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뉴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나이는 서른 아홉. 영부인 브리지트 트로뉴는 예순 세 살 할머니다. 스물네 살 차이다. 열다섯 살에 만나 사랑에 빠진 둘의 로맨스는 프랑스 대통령 연애사 중 '역대급'이다.

마크롱과 트로뉴는 프랑스 북부 아미앵 고등학교에서 만난다. 마크롱 15세 학생시절, 트로뉴는 은행가와 결혼해 세 자녀를 둔 유부녀였다. 국어와 라틴어 교사었다. 연극반 학생과 지도교사로서 만나 애정을 키웠다. 유부녀 교사와 학생의 연애, 뒤집어질 일이다.

아들이 연상 여인과 만난다면 부모 허락을 받기 쉽지 않다. '모자란 놈' 취급을 받기도 한다. 여인은 시댁 앞에서 죄인이 된다. 젊은 사내의 마음을 홀린 구미호인 것이다. '돌싱'도 아닌 '아이 셋 딸린 유부녀'라면, 시어머니는 사람이 아니라 차라리 저승사자다.

마크롱 부모도 다르지 않았다. 처음엔 트로뉴 딸과 사랑하는 줄 알았단다. 한국이나 프랑스나 엄마 같은 연인을 며느리로 맞는 건 기절할 노릇이다. 부모는 마크롱을 파리로 전학 보낸다. 하지만 떼어놓을 수 없었다. 2007년 둘은 결혼한다. 마크롱은 29세, 트로뉴는 54세였다. 트로뉴는 2006년 남편과 이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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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전직 대통령 연애사도 만만찮다. 고(故) 미테랑 대통령은 재임시절 혼외정사로 딸을 낳았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재임기간에 이혼과 재혼 과정을 거쳤다. 올랑드 대통령은 비밀연애로 시끄러웠다. 프랑스 대통령에게 '화끈한' 연애는 자격증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프랑스 대통령들은 사랑엔 나이도 체면도 없다는 것을 몸소 실천했다. 24세 연상 유부녀를 사랑한 젊은 대통령 연애사는 오히려 풋풋하다.

우리나라도 남자가 연상과 결혼하던 시절이 있었다. 어린 신랑과 결혼한 여자는 육아 수준의 신랑 뒷수발과 집 안밖 모든 일을 도맡았다. 어린 신랑이 진짜 사내가 되었을 때 엄마 같은 아내는 중년에 이른다. 젊은 신랑이 중년의 아내 곁을 지킬 리 없다.

프랑스 젊은 남성의 연상 취향은 오랜 전통이다. '드메 신드롬'이라 한다. 19세기 연상녀에게만 빠져 사랑을 고백하던 청년 '드메르(Demers)'에 따온 말이다. 어린 여성만을 찾는 롤리타 신드롬과는 반대 개념이다. 릴케와 루살로메는 14살 차이였고, 나폴레옹과 조세핀은 6살 차이였다.

최근 대한민국 연인 취향도 달라졌다. 남성은 누나 같은 연상녀를 선호한다. 만나면 징징대고 챙길 것이 많은 어린 여자보다 이해심 많고 지갑 걱정 덜 하는 연상녀가 좋다는 것이다. 능력 있고 나이 많은 남자는 어린 여자를 좋아하고 젊고 주머니가 가벼운 남자들은 연상을 찾는다는 소리도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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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메 신드롬은 사회학에서 새로운 남녀의 관계 정립으로 풀이한다. 현대사회에서는 강하고 부를 축적한 여성, 지적인 여성이 연이어 등장했다. 유럽 주요국 국방장관 상당수가 여자다. '마초'에 필적할 만한 '든든한 누나'가 대거 사회로 등장하면서, 전통적 여성 역할이 깨졌다. 그에 반해 남성 역할도 무너졌다. 여성은 어느덧 자신의 힘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자신감 그리고 어린 남성을 보호할 수 있다는 책임감으로 무장했다. 성공한 여성은 사회에서 자기 목소리를 냈고, 남녀 관계에서도 결정권을 갖기 시작했다.

2000년 이후 우리나라에도 연상의 여인과 결혼하는 남자가 연간 4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전체 결혼커플 15%가 넘는다. 마크롱 이야기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내 또래 며느리를 맞는 일도 잦아질 듯하다.

문화칼럼니스트 sarahs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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