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원의 Now&Future]아베 일본 총리의 어느 하루

세계 지도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최고의 뉴스거리다. 그들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자신의 국가뿐만 아니라 세계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자신의 행동을 노출시키는 방법은 지도자마다 다르다. 특히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아주 대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고 싶은 말을 수시로 트위터로 날린다. 미국 국내외로 번져나가는 그 임팩트는 상당히 크다. 공보관들이 뒤따라오는 언론매체에 대응하기에 바쁘다. 대통령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공세적 직접화법이 주류 언론을 흔들고 있는 모습이다. 반면 아베 총리는 관방장관실을 통해 조간신문에 총리의 행적을 출근부터 퇴근까지 시간대별로 공개한다. 이른바 시스템 홍보에 의존하고 있다. 홍보의 신뢰도와 안정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이른바 '로드 맵' 홍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국가 지도자의 하루는 어느 국가이든지 간에 강력한 리더십아래 정책이 안정적으로 추진되느냐를 보여주는 척도가 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높은 지지율을 얻으며 역대 세번째 장수 총리에 오른 아베 총리의 어느 하루를 추적해 본다.

지난 5월 30일.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전날 북한의 탄도미사일발사와 관련해 전화통화한 날이다. 이날 총리 동정난에는 양국 정상 통화(오후 5시 45분)에 3건의 총리 참석 회의와 모임이 눈에 띄었다.

먼저 오전 8시 1분에 열린 'IT종합전략본부 및 관민 데이터활용추진전략회의 합동회의' 그리고 곧이어 열린 각의를 살펴보자. 16년 전 설치된 IT종합전략본부는 총리가 본부장으로 대다수 장관들과 민간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이 위원으로 참석한다.

IT종합전략본부는 이날 '세계 최첨단 IT 국가 창조 선언 및 관민 데이터활용 추진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기본계획의 캐치프레이즈는 '데이타가 인간을 풍요롭게 하는 사회 실현'이다.

일본의 '인터넷 아우토반 구상'도 제시됐다. 일본을 아시아의 실리콘밸리로 만들기 위한 각종 데이터 개방과 공유경제, 규제완화 방안을 담고 있다. 이 구상은 지난 2012년 젊은 창업자들이 조직한 '신경제연맹'의 미키다니 히로시(三木谷浩史) 대표가 주도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오후 4시 11분에 열린 '미래투자회의(의장 아베 총리)'에 참석했다. '미래투자회의'는 아베노믹스를 추진하기 위한 최상위 정책결정기구로 제4차 산업혁명의 사령탑이다. 그는 이날 회의에서 “저출산ㆍ고령화에 직면한 일본은 실업문제를 두려워하지 않고, 인공지능(AI)과 로봇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며 규제개혁을 통해 일본이 강점을 가진 분야를 중점적으로 육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회의에서도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초(超)스마트 사회'를 실현하는 '소사이어티 5.0'을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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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는 이날 두 회의 결과를 정리해 6월중 새로운 성장전략인 '미래투자전략 2017'을 발표한다. 아베 총리는 미래투자회의에 앞서 오후 3시 11분 제2차 세계대전과 위안부 문제에서 일본의 책임을 부정하는 보수 우익의 대표인사인 고(故) 와타나베 쇼이치 추도미사에 참석했다. 아베 총리는 오후 6시 47분 도쿄시내 일식점에서 재계 원로들과 회식을 한 뒤 저녁 9시39분 사저로 돌아왔다. 오전 7시46분 출근으로 시작한 14시간의 하루 일과를 모두 끝냈다.

아베 총리는 다음날인 31일 게이다렌 창립 70주년 행사에 참석해 재계가 정부의 중요 정책에 많은 기여를 했다고 격려했다. 아베 총리는 바쁜 하루하루의 일과를 통해 정치와 정책 분야에서 강한 리더십을 행사하고, 국민과의 소통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그의 높은 지지율은 이러한 리더십과 소통에 바탕을 두고 있다.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도 국민과의 활발한 소통에 나서고 있다. 우리 대통령도 이러한 국민과의 소통 뿐만 아니라 경제사회 정책 분야에서도 강하고, 올곧은 리더십을 보여주길 바란다.

곽재원 서울대 공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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