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원전 등 민감 현안 속도조절 들어간 국정위…신중한 검토 요구 높아

문재인 정부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탈(脫) 원전과 가계통신비 인하 공약을 놓고 완급조절에 들어갔다. 두 차례 업무보고가 진행됐지만 원칙론 차원의 공감대만 형성하고 세부이행 방법 결정은 뒤로 미뤘다.

국정기획위는 2일 열린 산업통상자원부·원자력안전위원회·한국수력원자력 통합 업무보고에서 원전을 줄인다는 원칙을 확인하는데 그쳤다. 정권 내에서 취할 수 있는 구체적 조치에는 근접하지 못했다. 중차대한 문제일수록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 국정기획위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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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국민과 업계 관심은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 중단, 월성원전 1호기 계속운전 재판, 천지원전 신규 건설 취소 등에 쏠렸지만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 여부 결정을 위해 현장조사와 매몰비용·안정성 검증을 하겠다는 계획 정도다.

6월로 예정된 새 정부 5개년 계획에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도 시사했다. 국정기획위는 “필요하다면 조금 늦춰서라도 깊이 있는 논의로 경제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안전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동통신 기본료 폐지 등 통신비 인하 공약도 국정기획위 안팎에서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됐다. 국정기획위는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두 차례 업무보고를 받았지만 기본료 폐지 방침만 확인했다. 실행 방안은 기초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이개호 국정자문위원회 경제2분과 위원장은 “사회적 약자 통신료를 절감하겠다는 취지는 반드시 이행돼야 한다”면서도 “통신비 인하는 워낙 현안이어서 앞으로 수시로 보고받고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국민 통신비 부담을 줄이겠다며 제시한 공약에 이동통신사와 알뜰폰 등 산업계가 생존이 걸린 문제라며 반발했기 때문이다.

이통사는 월 1만1000원 기본료 폐지 시 7조원 수익이 줄어 사업 존립 기반이 흔들린다며 우려했다. 알뜰폰업체는 이통사가 기본료 1만1000원을 일괄 폐지하면 가격경쟁력을 상실해 고사 위기에 직면한다. 정부와 법조계 일각에서는 통신사가 반발하면 기본료 폐지를 강제할 법률 수단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기본료 폐지 논란 속에 제조사-이통사 지원금 분리공시제, 지원금 상한제 조기폐지 등 공약도 실행방안이 논의되지 못했다. 분리공시제 역시 제조사와 이통사 이해관계가 엇갈려 도입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정기획위가 민감한 공약을 놓고 속도조절에 나서자 무리한 강행보다는 관련 부처, 업계와 '협치'로 해법을 마련하려는 것으로 풀이됐다.

탈 원전은 지난해 경주 지진 이후 여론이 들끓었지만 급하게 답을 정하기보다는 종합적으로 파악하는 등 시간을 갖고 결정한다는 자세다. 사회·경제 측면에서 원전이 우리나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이를 바라보는 여론 또한 매우 다양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부존자원이 없는 상황에서 원전을 줄이는 것은 위험부담이 크다”며 “일부에서 셰일가스 시대 열병합 발전 등 천연가스로의 대체를 언급하지만 가스 쏠림에 따른 가격상승도 예상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통신업계는 공약 타당성을 살피는 일부터 시작해, 우선순위를 재설정해야 한다고 본다. 대선 기간 긴박한 경쟁 속에 공약을 만들었다면, 이제 차분히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해 소비자와 산업계 모두를 위해 제대로 된 정책을 만들어야 할 시기라고 주장한다.

통신시장 경쟁활성화를 위한 시장구조 개혁, 저소득층 통신비 감면, 공공와이파이 확대 등 단기-장기 과제 등을 검토해 합리적 계획을 세워야 한다. 타당성이 부족한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하다가는 사회적 논란에 대응하느라 시급한 통신정책마저 추진동력을 상실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문재인 대통령 원자력·통신 공약과 쟁점>

문재인 대통령 원자력·통신 공약과 쟁점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etnews.com,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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