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을 상징하는 단어는 '그레이트(Great)'다. 간단히 'UK'로 표현하지만 지금도 국가 공식 명칭은 'United Kingdom of Great Britain and Northern Ireland'다. 국가 단위 행사에는 'Great'가 앞에 붙는다. 경제는 물론 문화 캠페인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영국이 유럽연합(EU) 탈퇴에 따른 공백을 메우기 위한 법안(Great Repeal Bill)도 'Great'라는 단어가 함께한다.
Great는 기술에도 적용된다. 'Technology is Great'라는 주제로 영국 메가테크미션이 29일부터 이틀 일정으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개최됐다. 정보기술(IT) 분야에서 한·영 양국의 협력 관계를 증진하기 위한 행사다. 전자신문사와 영국 컨설팅 업체 인트라링크(Intralink)가 후원하고 techUK, 한국인터넷진흥원, K-ICT본투글로벌센터,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도왔다.
메가테크미션에는 영국 IT 기업 40여개 회사가 참여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한국 진출에 관심이 많거나 국내 업체에 투자를 고려하는 업체다.
찰스 헤이 주한영국대사는 “이번 방문은 역대 최대 규모의 무역 사절”이라면서 “메가테크미션은 영국과 한국 간 무역 관계의 중요성을 반영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헤이 대사는 “특히 기술 분야에서 영국과 한국 경제 관계가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면서 “메가테크미션을 통해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소프트웨어(SW) 등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혁신과 창의에 앞장서고 있는 영국 회사를 선보이겠다”고 덧붙였다.
◇왜 한국인가?
영국 IT 기업이 한국을 찾은 이유는 시장의 중요성 때문이다.
한국은 반경 2000㎞ 이내에 147개 도시와 3억9000만명의 잠재된 소비자를 두고 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경제 대국인 중국과 세 번째인 일본 사이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메가테크미션 행사를 담당한 김희경 KOTRA 차장은 “동북아는 글로벌 비즈니스 허브”라면서 “한국은 15억명이 넘는 소비자에게 접근하기 위한 관문”이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동북아 지역은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25%를 차지한다.
한국은 투자 대상으로도 매력이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일명 다보스포럼) 내수 시장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조사 대상 140개국에서 13위를 차지했다. 2015년 기준으로 캐나다와 스페인보다 내수 시장이 더 크다.
김 차장은 “지리 조건과 수준 높은 소비자로 인해 한국 시장은 중요한 전략 시험대가 됐다”면서 “엔터테인먼트, 패션, 뷰티 등 다양한 분야의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 시장을 신제품과 신시장 테스트 베드로 인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영 IT 기업 간 시너지 모색
메가테크미션에 참여한 영국 IT 기업이 우리나라 기업들을 만났다. 새로운 고객은 물론 시너지를 노릴 수 있는 협력 업체도 모색했다. 와이어왁스는 한국 기업과의 협력을 기대했다. 솔루션은 동영상과 제품 판매 사이트를 잇는 것이다. 비디오를 감상하다가 관심이 가는 제품에 마우스를 갖다 대면 관련 사이트로 연결된다.
스티브 캘러넌 와이어왁스 대표는 “동영상 재생 도중에 원하는 제품을 정확히 인식해야 하기 때문에 속도가 관건”이라면서 “혁신 기술에 관심이 많은 한국 기업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언룰리(UNRULY)는 한국 기업의 해외 광고를 대행한다. 이미 삼성·LG와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그레그 포니어 언룰리 이사는 “한국 대기업 외에 중소기업과도 일하고 싶어 방한하게 됐다”면서 “정서지능(EI)을 광고에 결합한 방식으로 한국 기업과 새로운 협력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행사를 후원한 인트라링크의 조너선 클리브 이사는 기조 강연을 통해 한국 시장 진출 때 유의할 점을 소개했다.
클리브 이사는 “비즈니스 협력을 비롯해 직접 판매나 현지 유통망 이용 등 다양한 시장 진출 방법이 있지만 정확한 선택이 핵심”이라면서 “지역 시장, 경쟁 구도, 주요 기업, 파트너의 잠재 역량 등을 명확하게 이해하는 게 첫 단계”라고 조언했다.
뉴로컴즈와 에잇컵스 등 한국 스타트업 10곳도 부스를 따로 마련하고 기술과 제품을 뽐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참여 신청서를 낸 기업 가운데 선발 과정을 거쳤다.
안병익 뉴로컴즈 대표는 해외 전시회에서 호평을 받은 '딥 러너'를 들고 나왔다. 딥 러너는 딥 러닝 기술을 적용한 사물 인식 단말이다. 서버 없이 자체 학습으로 사물을 구별한다.
안 대표는 “생산 현장에서 불량품을 찾아내는데 활용할 수 있다”면서 “영국 시장에서도 관심을 보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유창선 성장기업부 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