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더위로 에어컨 판매가 급증하면서 올해 에어컨 내수 시장에 초호황이 기대된다. 주요 가전유통 채널에서 에어컨 판매가 급증했고, 주요 제조사도 일찌감치 에어컨 생산 라인 풀가동에 들어가며 물량 확보에 나섰다. 지난해 호황을 보인 에어컨 시장이 유례없는 2년 연속 호황을 기록할지 관심을 끌고 있다.
11일 가전유통 업계에 따르면 올해 에어컨 판매 속도가 지난해를 뛰어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하이마트는 올해 1~4월 에어컨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0% 증가했다. 날씨가 더워진 4월에는 전년보다 210%나 늘었다. 같은 기간 이마트 에어컨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199% 증가했다. 롯데백화점 4월(1~25일) 에어컨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35% 늘었다.
에어컨 판매가 늘어나는 것은 날씨가 큰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지난해 여름철 에어컨 품귀 현상에 따른 조기 구매 분위기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기상청이 발표한 '5~7월 3개월 기상 전망'에 따르면 이 기간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미 4월까지 기온도 평년보다 높았다. 5월 들어 서울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넘기는 등 고온 현상이 나타났다.
제조사도 늘어난 에어컨 수요를 맞추기 위해 생산량 확대에 힘쓰고 있다. 제조사 기준으로도 판매량이 전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생산 라인도 예년보다 한 달가량 먼저 풀가동을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3월부터 에어컨 생산 라인을 풀가동했다. 4월부터는 주말 가동까지 시작했다. 이달 초 연휴에도 에어컨 라인은 쉬지 않고 가동했다. LG전자 역시 에어컨 생산 라인을 3월 중순부터 주말과 관계없이 풀가동에 들어갔다. 지난해보다 한 달 이상 풀가동 시점이 빨라졌다.
에어컨 판매가 호황을 보이면서 업계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호황에 대한 기대가 크다. 이전까지 수년간 마이너스 성장을 한 국내 에어컨 시장은 지난해 220만대(업계 추산) 규모의 큰 폭으로 성장했다. 폭염에다 수년간 판매 정체에 대한 기저 효과가 더해졌다는 분석이다. 업계는 지난해 판매량이 큰 폭으로 늘어 올해 판매량은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또다시 무더위가 예상되면서 시장 활황 기대감이 커졌다.
에어컨 판매가 호황을 보이면서 유통업체들은 기획전 등으로 수요 잡기에 나섰다. 롯데하이마트는 오는 22일까지 '쿨썸머 에어컨 특별전'을 연다. 주요 브랜드의 최신 제품을 1000억원 규모로 준비했다. 구매 제품별로 캐시백, 할인 판매, 사은품 증정 등 혜택을 제공한다.
가전유통 업체 관계자는 “에어컨 시장은 한 해 호황이면 다음 해는 부진한 것이 지금까지 특징이지만 올해 이를 깨뜨릴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봄부터 무더위 조짐이 있는 데다 지난 3년여 동안의 판매 기저 효과도 있어서 2년 연속 에어컨 고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