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와병 3년…사업 '순탄', 지배구조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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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1일이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지고,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 경영 전면에 나선지 3년이 된다. 그동안 흔들리던 삼성전자는 다시 궤도에 올라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는 미래전략실을 해체하면서 계열사 자율경영 체제가 됐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되고, 지주사 전환 작업을 중단하면서 우려도 나온다.

◇흔들리던 삼성, 안정적 궤도 올라

이 회장이 쓰러진 직후인 2014년 3분기 삼성전자는 영업이익 4조600억원에 그치며 위기에 빠졌다. 당시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5가 부진하면서 실적이 하락했다. 위기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조금씩 실적을 만회했고,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30조원에 육박하며 완전한 회복을 알렸다.

올해 실적은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초호황과 디스플레이 수요 증가, 갤럭시S8을 앞세운 스마트폰 사업 회복, 가전사업 지속 성장 등으로 사업 전반에 걸쳐 상승세가 예상된다. 올해 영업이익은 역대 최고 달성은 물론, 5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그룹 전반에 걸쳐서는 사업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 회장이 있을 때부터 일부 시작된 사업재편을 이어가고, 새로운 성장동력도 확보했다. 2013년 말 에버랜드가 제일모직 패션 부문을 양수한 것을 시작으로 계열사 재편이 본격화됐다. 그룹 사업을 전자와 금융 양대 주력사업 중심으로 재배치하고, 비주력 사업은 매각과 정리 등으로 슬림화했다.

삼성은 화학·방산 부문을 한화그룹과 롯데그룹에 매각했고, 옛 삼성물산과 옛 제일모직을 합쳐 통합 삼성물산을 출범시켰다. 계열사 사업정리, 자회사 지분 이동, 스포츠단 소관 변경 등 소규모 사업 정비도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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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Y 구속으로 위기 처한 '뉴삼성'

삼성전자가 1분기에 분기 사상 두 번째이자, 역대 1분기 최고 실적을 거뒀다. 삼성 내부 분위기는 마냥 밝지만은 않다. 이 부회장 구속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구속 상태다. 지난해 10월부터 검찰과 특검 수사를 받았고 결국 지난 2월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 부회장이 수사를 받기 시작한 시기는 마침 경영 보폭을 넓히려던 시기였다. 지난해 10월 삼성전자 등기이사에 오르며 책임경영을 선언하자마자 위기가 닥쳤다.

앞서 이 부회장 주도로 삼성전자는 활발한 투자와 인수합병(M&A)을 진행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3년간 루프페이, 스마트싱스, 비브랩스, 조이언트, 데이코 등 글로벌 기업을 M&A하고, 수많은 기업에 지분투자를 했다. 정점은 글로벌 전장기업 하만을 국내 M&A 사상 최고액인 80억달러(한화 약 9조1240억원)에 인수한 것이다. 이 같은 적극적인 M&A와 투자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제는 지속성이다. 이 부회장 부재로 향후 투자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없다고 삼성전자가 한 번에 휘청거릴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총수가 없으면 M&A나 대규모 투자 같은 큰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멈춰버린 지주사 전환…지배구조 개편은 어떻게

지난달 27일 삼성전자는 지주사로 전환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지주사 전환은 지난해 10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 제안으로 수면위로 올라왔지만, 이미 수년 전부터 검토해왔던 사안이다. 재계는 지주사 전환 포기 선언에는 구속된 이 부회장 상황과 의견 등이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은 최순실 사태 여파로 그룹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도 해체했다. 현재는 각 계열사가 자율경영을 하는 형태다.

지주사 전환 중단, 그룹 컨트롤타워 해체 등으로 삼성그룹 전반에 대한 지배구조가 안정화되지 않았다는 평가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 회장과 이 부회장, 계열사 보유지분을 모두 합쳐도 18%대에 불과하다. 경영권 공격을 받을 경우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 향후 어떤 형태로든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다.

다만 지금처럼 실적이 호황이면 굳이 지배구조 개편에 나서거나 경영권 공격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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