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구진이 혈액 검사로 우울증 치료 효율을 높이는 방법을 제시했다. 혈액 내 특정 단백질 수치를 살펴 최적의 항우울제를 찾는 방법이다.
미국 텍사스주립대 사우스웨스턴 메디컬센터의 마두카르 트리베디 우울증연구소 박사팀은 이 같은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정신신경내분비학(Psychoneuroendocrinology)' 최신호에 발표했다. 혈액 내 'C-반응성 단백질(CRP)'에 따라 항우울제 효과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연구팀은 우울증 환자 100명을 대상으로 임상 시험을 실시했다. 혈중 CRP 수치에 따라 두 그룹으로 나눈 뒤 우울증 완화율(remission rate·관해율) 투여 약물을 비교했다. 그룹별로 관해율을 높이는 약물이 따로 있었다.
CRP 수치가 1㎎ 이하인 환자는 에스시탈로프람을 단독 투여했을 때 관해율이 높았다. 에스시탈로프람 단독 투여 시 완화율은 57%였다. 반면에 에스시탈로프람과 부프로피온을 병행 투여했을 때는 관해율이 30%에 그쳤다.
에스시탈로프람과 부프로피온은 모두 우울증 치료 및 완화에 쓰이는 약물이다. 에스시탈로프람은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억제제(SSRI) 계열 신세대 항우울제, 부프로피온은 비전형적 항우울제다.
CRP 수치가 1㎎ 이상인 환자는 두 약물 효과가 반대로 나타났다. 두 약물을 병행 투여했을 때 관해율이 51%로 높았다. 부프로피온만 투여했을 때는 33%로 관해율이 낮았다. 연구팀은 이 같은 약물의 선택적 작용이 다른 종류의 항우울제에 적용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항우울제 처방은 환자 설문이나 의사 선택에 의존하는 측면이 크다. 환자 3분의 1가량이 처방된 항우울제 효과를 전혀 못 보기도 한다. 이 때문에 40% 환자가 3개월도 못가 복용을 중단하기도 한다.
트리베디 박사는 “우울증 치료에는 환자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혈액 검사를 통해 증상을 완화할 약물을 찾을 수 있다면 환자는 치료를 계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