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건강검진위원회·국가노후준비위원회·국가치매관리위원회·국민건강증진정책심의위원회. 보건복지부 소속 자문위원회다. 모두 국민 건강 관련 자문을 한다. 4개 위원회 중 1년간 회의를 가진 위원회는 국민건강증진정책심의위원회뿐이다. 그것도 서면회의로 대체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2011년 4월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위원회를 설립했다. 기본계획 수립과 주요 사항을 심의·의결한다. 같은 해 8월 미래부 연구공동정책관을 위원장으로 유사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협의회가 출범했다. 기관·단체 공동 방안을 협의한다. 1년간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위원회는 출석 1회, 서면 1회 회의를 하는데 그쳤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협의회는 한 번도 회의를 갖지 않았다.
정권마다 행정기관 위원회는 생겼다 없어졌다를 반복한다. 그것도 무한 반복이다. '위원회 공화국'이란 말도 그래서 나왔다. 위원회는 현황을 처음 조사한 1997년에 비해 두 배 늘었다. 1년에 한 번도 회의를 안 하는 위원회가 전체 20%에 달한다. 위원회 운영 효율화가 시급하다.
◇박근혜 정부, 초기 534개에서 554개로 증가
행정기관위원회는 행정위원회와 자문위원회가 있다. 행정위원회는 행정기관 소관 업무를 부여받아 독자 권한을 행사한다. 자문위원회는 기관에 자문을 한다. 대부분 여기에 해당된다.
위원회는 정권 3년차 때 가장 적었다 말기에 큰 폭으로 늘어난다. 지속적 정비로 일부 유명무실 위원회를 폐지하지만 폐지된 수 이상으로 위원회가 신설된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초기 534개였던 위원회가 2016년 6월 554개로 늘었다. 행정위원회가 36개, 자문위원회가 518개다. 2015년 7월 이후 2016년 6월 말까지 노후거점산업단지, 경쟁력강화추진위원회 등 25개 자문위원회가 신설됐다. 23개는 법률 근거로, 2개는 대통령령으로 설치됐다.
김동욱 서울대 교수는 “사회가 급변하면서 외부 전문가 의견을 듣는 위원회는 필요하다”면서 “아쉬운 것은 대부분 위원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 한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5분의 1은 회의 한 번 안 해, 중복 위원회도 많아
문제는 위원회 숫자보다 운영이다. 상당수가 자문위원회가 해당된다.
554개 위원회 중 단 한 번도 회의를 개최하지 않은 위원회는 106개다. 전체 19.1%다. 2회 미만 회의를 개최한 위원회를 포함하면 259개다. 절반에 가까운 46.7%다. 5회 이상 회의를 개최한 위원회는 37%에 불과하다. 서면으로 이뤄진 회의도 상당수다.
가장 많은 위원회를 보유한 국무총리는 총 62개 중 44개가 1년에 회의를 2회 이하로 개최했다. 서면회의가 대부분이다. 유아보육위원회 등 16개 위원회는 한 번도 회의를 열지 않았다. 국토부는 53개 중 20개, 교육부는 29개 중 17개, 미래창조과학부는 24개 중 15개, 국방부는 22개 중 17개 위원회가 연 2회 이하로 회의를 개최했다. 서면 회의 포함이다.
중복 위원회도 상당수 존재한다. 명칭만 다를 뿐 자문 내용은 유사하다. 지역 민원을 받아 설립된 발전 위원회도 다수다. 정부 한 관계자는 “상당수 위원회는 의원 발의로 설립된다”면서 “이 위원회는 지역구 민원을 해결해주기 위해 설립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범정부 차원 위원회 평가 체계 필요
위원회 관리는 행정자치부가 담당한다. 554개 위원회를 한 개 과가 맡는다. 실질적 위원회 평가는 불가능하다. 행자부도 조직개편 대상이어서 위원회 정비가 가능하냐는 의문도 나온다. 범 국가적 위원회 평가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위원회 평가 기준이 없다. 회의를 몇 번 개최했는지를 파악, 관련부처 협의로 폐지를 결정한다. 회의를 한 번도 개최하지 않는 위원회가 106개에 이르지만, 폐지되는 위원회는 연 17개 정도다. 소관부처가 폐지에 반대하면 강제할 방법이 없다.
회의를 개최하더라도 대부분 형식적이다. 554개 중 회의 내용을 정책에 반영하는 위원회는 10%에 불과하다.
상시 위원회보다 필요에 따라 태스크포스(TF) 형태 협의체가 대안이다. 해당 사항에 따라 적합한 전문가로 TF를 구성해 자문한다. 정책 반영 비율을 측정해 공개하는 것도 해법이다. 한 위원회 위원은 “통상 장관 한 명이 7~8개 위원회 위원장을 맡거나 위원으로 참여한다”면서 “위원장부터 참석을 안 하니 위원들도 안 나온다”고 전했다.
신혜권 SW/IT서비스 전문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