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 <61> 가치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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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스트로(LifeStraw).' 길이 31㎝, 직경 3㎝의 가는 원통이다. 박테리아는 99.99999%, 미생물 포낭은 99.9%까지 걸려 낸다. 이것 하나면 1년 동안 이질, 장티푸스, 디프테리아, 콜레라에서 벗어날 수 있다. 아이티, 파키스탄, 태국, 에콰도르, 케냐까지 재난 현장이면 어디든 필요하다. 국제 구호 기구에서 가장 반기는 제품이기도 하다. 구조는 단순하지만 효과적이다. 베스테르고르 프란센이 만든 라이프스트로는 혁신적이었다. 인터내셔널 디자인 어워드,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 상, 타임지 '최고의 발명품'으로 뽑혔다.

한 가지 문제가 있다. 가난한 개발도상국의 가정이 쓰기에 너무 비쌌다. 일상에서 깨끗한 물을 필요로 하는 7억8000만명이 있다. 누군가 대신 구입해 주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었다.

인도적 목적이든 수익 추구 기업의 입장에서든 제품은 그 가치를 온전히 창출하지 못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전혀 다른 혁신이 필요했다. 제품 만들기가 아니라 이것에 제대로 된 가치를 찾아 주는 것. 프란센이 생각해 낸 것은 탄소감축크레디트. 물을 끓이기 위해 사용해야 할 땔감을 쓰지 않는 대신 줄인 이산화탄소로 기금을 마련했다. 케냐 가정은 수인성 질병에서 벗어나고, 프란센은 시장을 넓혔다.

프란센의 사례로부터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두 번째 혁신이 말하는 것은 무엇일까. 스테판 미셸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교수는 '가치를 찾아서(Capture More Value)'라는 기고문에서 이것이 많은 기업이 놓치는 것이라고 말한다. 기업은 자신이 만든 가치를 모두 찾아내지는 못했다.

기업은 여러 이유로 가치 찾기에 실패한다. 성공 기업은 이미 얻은 수익 탓에 둔감해진다. 많은 기업은 생각조차 못한다. 결국 따라잡지 못한 가치는 버려진 채 시장에 남겨진다. 이 차이가 혁신 기업의 성공과 실패를 가른다.

2001년에 나온 세그웨이는 놀라운 혁신 제품이었다. 판매는 예상을 한참 밑돌았다. 결국 2009년에 매각된다. 페이스북도 마찬가지였다. 매일 13억명이 사용했지만 제대로 된 가치를 찾는데 한참이나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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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혁신 기술과 가치 만들기는 다르다. 하나에 성공한다고 나머지가 자연스럽게 따라오지 않는다. 기업의 성공과 실패는 기술이 결정하는 게 아닐지 모른다. 또 다른 혁신이 필요하다.

어떻게 가치 찾기를 해야 할까. 미셸 교수는 가격, 구매자, 가격표, 시기, 시장 세그먼트를 다시 생각해 보라고 말한다. 보싸드는 윤활제를 미리 입힌 나사, 스위스 최대 일간지 20 미누텐(20 Minuten)은 광고주가 비용을 치르는 방식으로 각각 시장을 찾고 수익을 늘렸다. 블록버스트가 DVD마다 가격표를 붙일 때 넷플릭스는 정액구독료 방식을 고안했다.

다우코닝은 경쟁이 적은 틈새시장을 위해 자이아미터라는 브랜드를 따로 만든다. 실리콘 가격을 실시간 제공하고, 불필요한 서비스를 최소화했다. 주문은 손쉽게 웹에서 이뤄졌다. 다우코닝은 온라인 비즈니스를 얻었다.

미셸 교수는 두 가지를 생각해 보라고 말한다. 첫째로 가치 만들기와 가치 찾기의 균형을 잡아라. 가치 찾기를 공유하고, 전략과 혁신 활동에 반영하라. 둘째로 코어 그룹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모든 활동에 걸쳐 기능하게 하라. 가치 찾기에 초점을 둔 워크숍을 여는 것도 방법이다. 아이디어를 모으고, 실행 방법을 찾아 보라.

미셸 교수의 질문은 두 가지다. 첫 번째 질문은 “당신은 가치 만들기 혁신을 할 수 있나요”다. 일단 당신이 그렇다고 답한다면 한 가지 더 물어 보라고 한다. “당신은 다른 혁신도 가능한가요. 당신이 이미 만들어 둔 가치를 주워 담는 것 말이죠.”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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