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스마트그리드 성장 가능성을 해외가 눈여겨 보고 있다. 스마트그리드 기술개발과 보급 현황, 정책 의지, 사업 추진 조직 등 모든 면에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위치라는 진단이다. 이제 폭발적 보급 확산을 위해 정부가 보조금 지원 등 정책을 시행하면 미국과 호주에 버금가는 선도국 반열에 올라 설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장 필립 엘 코리 슈나이더일렉트릭아태 스마트그리드 비즈니스개발 매니저는 “한국은 아태 지역에서 일본·호주에 이어 가장 적극적으로 스마트그리드 사업을 펼치는 국가”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스마트그리드에 많은 관심을 갖고 로드맵을 그려왔다는 점이 앞으로 관련 산업 전망에도 매우 고무적”이라며 “2030년까지 스마트그리드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은 다른 나라에는 없는 청사진”이라고 말했다.
코리 매니저는 전력공기업인 한전이 중심을 잡고 주도적으로 스마트그리드 사업을 이끌고 있다는 점을 '플러스 요인'이라고 꼽았다. 그는 “한전이란 거대 기업이 스마트그리드 추진에 구심점이 된 것은 복잡도를 줄일 수 있는 요인”이라며 “한전은 기술력도 갖췄고, 하나의 통일된 전략을 시행할 수 있어 성과 달성에 유리한 조건”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대기업부터 영세 업자까지 수 많은 전력기업이 존재하고, 독자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부분도 다양한데다 내부 이해관계자가 얽혀 있다. 스마트그리드라는 일반적인 접근방식을 갖고 이행하기 어려운 구조와 비교하면 우리나라나 가능성을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코리 매니저는 “한국이 스마트그리드산업 분야에서 1등은 아니지만 앞서가는 편에 속한다”며 “글로벌 스마트그리드 시장이 지금까지 실증테스트 시기였다면 앞으로는 확장하는 단계로 넘가면 한국도 레이스에 적극 나서야 한다”라고 말했다.
스마트그리드 산업 확대는 10~15년 장기 계획이어야 하고, 한 도시에서 확장하고 다른 도시로 넘어가는 등 단계적인 전략이 필요하다는 게 코리 매니저 진단이다.
그는 “스마트그리드는 즉각적인 경제성 확보가 어렵기 때문에 확장 단계에선 정부 보조금이 필수적”이라며 “미국과 호주도 정부 재정 지원으로 스마트그리드 사업이 확대됐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리 매니저는 “한국 전력망이 상대적으로 덜 노후화돼 스마트그리드를 천천히 준비해도 되지 않느냐는 안일한 생각을 가지면 안된다”며 “스마트그리드는 현재에 대한 준비가 아니라 미래를 위한 준비”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전력망은 40~50년 전 아이디어로 설계됐고, 분산형전원과 신재생에너지 등에 대응할 수 있는 지능혁전력망을 갖추지 않으면 앞으로 에너지산업 변화에 대처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함봉균 에너지/환경 전문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