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새로운 성장이 필요한 시대, 다양한 R&D투자 확대가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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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제에 정부가 지원할 필요가 있나요?” 중소기업 연구개발(R&D) 과제 심사에 참석한 한 평가관이 중소기업의 냉장고용 식품 용기 개발 과제에 의문을 제기했다. 단순히 겉모양을 바꾸는 수준의 과제에 정부가 자원을 투입해야 하느냐는 지적이었다. 그러나 이 기업은 연구에 성공, 수출까지 이뤄 냈다.또 다른 평가관은 지구 자기장으로 실내 내비게이션을 개발하겠다는 청년 창업기업 과제를 두고 “중소기업에 무슨 R&D 인력이 있다고 정부가 R&D를 지원하느냐”고 묻기도 했다. 한편에서는 “영세한 기업에 나눠 주는 것이니 굳이 성과를 강조할 필요는 없다”는 평가관도 있었다.

우리나라는 국민총생산(GDP) 대비 R&D 투자가 세계 1위다. 그런 만큼 성과를 둘러싼 논란이 많다. '성과 베이스 연구를 해야 한다'거나 '사업화할 수 있는 연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민도 많고 의견도 많다. 분명한 것은 각각의 이야기가 아니라 R&D 생태계 전체를 봐야 한다. 그렇다면 하나의 답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초·전략 연구를 하는 연구자에게 당장 사업화 성과를 요구하기가 어렵다. 사업화에만 매달려서는 원천 기술을 확보하기 어렵다. 노벨상 수상은 꿈도 꾸기 어렵다.

사업화가 중요한 기업에 기술적 성과를 요구하는 것도 문제다. 당장 매출을 일으켜야 하는 기업에 논문이나 특허를 요구하는 것은 목표가 잘못됐다.

R&D는 과제 성격에 따라 관리 방법이 달라져야 한다. 동일한 기준과 방법으로 모든 것을 관리하려 하면 불협화음만 되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이제 R&D 투자를 후순위로 고려해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도 내놓지만 그러다 자칫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우리는 그동안 세계가 부러워하는 급성장을 이뤄 냈다. 허리띠를 졸라매며 교육과 R&D에 투자한 노력 덕분이다. 그런데 투자를 그만두면 어떻게 바뀔까.

우리의 핵심 자원은 사람이다.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으로 승패를 겨뤄야 한다. 무조건 세계 1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새로운 성장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퍼스트 무버' 전략으로 바꾸자면서 다른 나라와 비교하는 '패스트 팔로어' 전략에 머물지 말자.

4차 산업시대가 도래했다. 대응책은 역시 R&D 투자를 기본으로 만들어야 한다. 기업과 정부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투자를 끌어내야 한다. 다만 그 투자가 헛되지 않도록 관련 제도를 다듬고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은 성과 있는 R&D 지원을 위해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다. 사업화가 가능한 과제, 특히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과제 선정에 중점을 두고 있다. 평가 및 관리 전문성을 강화하고 중소기업 R&D 자금의 부정·편법 사용 방지에도 신경 쓰고 있다.

중소기업은 더 이상 정부의 R&D 지원을 눈먼 돈으로 보지 말아야 한다. 소중한 국민의 세금이다. 어려움을 겪는 이웃에 갈 돈을 우리 일자리, 우리 미래를 위해 기업에 양보해 준 것이다.

물고기가 아니라 어장을 갖춰 달라는 국민의 여망도 잊지 말아야 한다. 기업 스스로 정부 R&D에만 기대지 말고 자체 R&D 투자를 최대한 확대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 모두 R&D에 집중해 경쟁력을 길러 나가기 바란다.

최철안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장 seadream@tip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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