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 핵심 원료인 코발트 가격이 1년 새 갑절로 치솟았다. 생산량은 줄어든 반면에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공급이 달린다. 리튬 가격도 이미 급등한 상황이어서 배터리 가격 인하 압박을 겪고 있는 국내 이차전지 업계 부담이 더욱 커지게 됐다.
20일 이차전지 업계에 따르면 런던금속거래소(LME) 3개월물 가격 기준 톤당 코발트 가격은 이달 첫 주 5만750달러에 거래됐다. 이는 올해 초 가격(3만2750달러)보다 55% 상승한 것이다. 또 지난해 연초 가격(2만3750달러)과 비교하면 114%나 급등했다.
코발트 가격 급등세가 지속되는 원인은 세계 코발트 생산 절반가량을 책임지는 콩고에서 생산 차질이 발생한 가운데, 수요는 빠르게 늘면서 공급 부족(숏티지)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미국지질조사국은 지난해 세계 코발트 광산 생산량을 12만3000톤으로 추정했다. 이는 전년보다 2.4% 감소한 수치다. 코발트 생산 국가는 한정적인 가운데 스위스 글렌코어, 중국 화유 등 소수 공급사가 판매보다 물량 확보에 주력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이런 가운데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다. 에너지 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리튬이온 배터리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규모는 2872㎿h로 전년(1647㎿h)보다 74% 늘었다. 테슬라 등 글로벌 전기차 업체가 직접 배터리 생산에 나서면서 수급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테슬라는 2018년 전기차 50만대를 생산한다는 목표다. 주력인 모델S에 쓰이는 85㎾h급 배터리에는 코발트 8㎏이 들어간다. 양산 계획을 맞추려면 코발트 400만㎏이 필요하다. 이는 연간 세계 코발트 생산량의 4%에 달하는 물량이다. 또 BYD, 폭스콘 등도 배터리 설비 증설 계획을 내놨다. 이를 감안하면 코발트 가격은 장기 상승 추세에 이제 막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광물 연구업체 CRU도 지난해 하반기 발표한 코발트 수급 보고서를 통해 2016년부터 코발트 수급이 수요 초과로 전환되고 그 폭이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LG화학, 삼성SDI 등 우리나라 업계는 원재료 리스크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이차전지 업계는 여전히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가격 인하 압박에 시달린다. 여기에 최근 중국 정부 해외 배터리업체 따돌리기로 몸살을 앓는다. 또 핵심 소재인 리튬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코발트 가격까지 오르면서 사중고에 시달리는 형국이다.
이차전지 업계 관계자는 “리튬은 주로 남미 국가와 장기 공급계약을 맺고 들여와 현물가처럼 당장 급등하진 않았지만 코발트는 공급처가 뻔하기 때문에 구매가격이 빠르게 올랐다”며 “최근코발트 가격 상승은 전지업체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또 “코발트 등 희소금속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가격이 싼 대체 금속 비중을 높이는 연구와 시도가 계속되고 있지만 원재료 구매 가격 인상에 따른 부담은 계속 지고 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차전지 리사이클 업체 성일하이텍의 이기웅 상무는 “최근 코발트 가격이 급등하면서 폐배터리 취급업체도 보유 물량을 시장에 풀지 않고 있어 리사이클 업체도 비상이 걸렸다”고 말했다.
최호 전기전력 전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