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사랑하지 않는 청춘은 모두 유죄…‘녹화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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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화중이야’ 포스터. 사진=노가리필름 제공.

앞날이 예정(?)된 젊은 커플의 이야기 때문일까. ‘녹화중이야(감독 박민국)’의 시간적 배경은 봄날에서 여름으로 향하고 있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은 2월이었다. 추운 겨울 동안 힘들고 지쳤는데 끝내 내게만은 봄이 오지 않을 것만 같은….

‘부정→분노→타협→우울→수용’
호스피스 운동과 죽음을 연구했던 의사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죽음으로 내몰린 사람들의 심정 변화를 다섯 단계로 설명하는데 최연희(김혜연 분)는 마지막 ‘수용’ 단계쯤에 걸쳐 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암에 걸린 ‘이 23살의 빛나는 청춘’은 위암 4기 환자다. 투병 생활 끝에 남은 것은 죽음을 받아들이고 남은 삶을 조용히 마무리하는 것. 연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자신의 남은 순간을 카메라에 기록하는 것이다. 그녀에게 내일은 없다. 연희는 카메라에 자신을 담을 때 살아있음을 느낀다. 그런 그녀에게 어느 날 찾아온 사랑. 컴퓨터 수리 기사인 민철이 나타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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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화중이야’ 스틸사진. 사진=노가리필름 제공.

영화 속에서 연희는 시종일관 밝게 웃고 떠든다. 그런 그녀의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묵직한 슬픔이 느껴지는 만든다. 연희가 더 슬퍼 보이는 것은 남겨진 사람 때문이다.

연희의 슬픔을 상징하는 것은 흔들리는 카메라다. 영화는 속도를 한 템포 늦추거나 혹은 살짝 비트는 것만 해도 감정 표현과 사건 묘사가 달라진다. ‘녹화중이야’의 거친 촬영은 젊은 커플의 풋풋함을 표현하는 동시에 아픈 사랑을 절절하게 만든다.

‘녹화중이야’는 2015년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부문에 초청돼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받았다. 호주한국영화제, 마카오금양국제영화제에서도 페이크다큐 형식으로 주목을 받았다. 타이틀 롤을 맡은 김혜연, 예쁘게 반짝인다. 3월 2일 개봉.


김인기기자 ik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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