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저점은 이미 찍었습니다. 올해부터 수출여건이 나아지기 시작할 겁니다.”
신승관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장은 우리나라 수출시장을 두고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난해 말 국제무역연구원장으로 부임했다. 1980년대 말부터 한국무역협회에서 연구해왔다. 80년대부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까지 무역 호황기와 이후 침체기를 연구 일선에서 지켜봤다.
신 원장 말대로 우리나라 올해 1월 수출실적은 오래간만에 웃었다. 1월 수출규모는 403억달러로 지난해 1월보다 11.2% 증가했다. 2013년 1월 이후 4년 만에 두자릿수 증가율이다. 지난해 수출실적이 유독 부진했던 탓도 있지만 출발이 좋다.
그는 “세계경기 측면에서 무역 침체기가 저점을 찍고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는 반등할 것이란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며 “우리나라는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 IT업종 호황에 힘입어 수출흐름이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수출시장 변수는 여전하다. 중국과의 사드 문제, 트럼프 미국 행정부 보호무역주의 행보가 가져올 여파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신 원장이 유비무환을 강조하는 이유다. 상황별 계획에 따라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 신 원장 생각이다.
그는 “중국은 이제까지 우리나라만을 겨냥한 차별적인 무역제재조치를 취하진 않았지만, 한반도 사드배치가 현실화되면 그때부턴 노골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가능성은 반반이지만, 이뤄져도 협상 틀을 완전히 새로 짜는 게 아닌 일부 조정수준일 것”이라며 “미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국경조정세 추진 등 보호무역주의 행보는 장기적으로 우리에게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신 원장은 차기 대통령이 통상 개방형 국가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유망 거대 경제권과는 FTA를 추진하면서 시장을 개방하고 경쟁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조개혁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야 한국경제도 도약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수출 무역은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 우리나라 경제 위기마다 구원투수 역할을 충분히 해왔다”면서 “우리나라는 결국 개방형 통상국가다. 무역정책으로 경제가 성장해왔듯 차기 대통령도 개방적 통상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신 원장은 국제무역연구원 운영 방침으로 현장 중심형 연구를 제시했다. 수출현장에 있는 기업에 통찰력을 더하는 연구 자료를 내놓겠다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 기업에 실사구시형 전략을 제시하고 선진마케팅 기법이나 유망품목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며 “특히 정부와 기업 수요가 늘고 있는 통상문제와 4차 산업혁명 연구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