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퀄컴-공정위 소송戰 쟁점은 `라이선스방식·절차·과징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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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정보기술(IT) 공룡 퀄컴과 공정거래위원회 간 `세기의 소송전`이 시작된다.

퀄컴은 반드시 소송을 승리로 이끌어야 한다. 공정위가 부과한 1조300억원 과징금, 한국 휴대폰 기업과 거래 조건 변화만이 문제가 아니다. 소송 결과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의 제소, 애플의 1조2000억원 규모 소송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공정위도 어느 때보다 자신 있다는 입장이어서 치열한 법정 다툼이 예상된다.

◇`라이선스 방식` 불공정성 여부가 핵심

최대 쟁점은 퀄컴의 라이선스 제공 방식이 불공정한지 여부다.

공정위는 퀄컴이 시장 지배력을 남용할 수 있게 된 근본 원인이 라이선스 방식에 있다고 봤다. 반면에 퀄컴은 자사 라이선스 방식이 “업계의 오래된 관행”일 뿐이며 “업계의 경쟁을 제한했다는 실제 증거가 제시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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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한 변호사는 “업계 관행 여부가 위법성 인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다만 퀄컴의 의도와 목적, 즉 고의성이 있었는지 여부가 경쟁 제한성을 판단하는 핵심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진단했다.

공정위는 퀄컴이 이동통신 모뎀 칩세트 표준필수특허(SEP)를 갖고 있으면서 프랜드(FRAND) 확약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퀄컴이 경쟁 칩세트 업체에 라이선스 제공을 거절·제한하고, 휴대폰 업체와 직접 칩세트를 판매하면서 라이선스 계약 체결을 요구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퀄컴은 자사 라이선스 방식은 수십 년 동안 이동통신 시장에서 통용된 관행이라며 반박했다. 퀄컴만 적용한 특이한 방식이 결코 아니라는 설명이다. 또 이런 라이선스 방식이 업계 경쟁을 저해했다는 명확한 증거를 공정위가 제시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퀄컴은 “이런 관행은 수십 년 동안 이통 산업 전반에서 지속됐다”면서 “삼성, LG,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같은 한국 기업과 기관 사이에 널리 인정돼 왔다”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휴대폰 업체가 퀄컴에 일방으로 휘둘릴 정도로 약한 위치에 있지 않다”면서 “갑을 관계는 다시 따져볼 문제”라며 반박했다.

퀄컴은 과거 공정위 조사에서는 라이선스 방식을 문제 삼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공정위가 동일한 사안에 과거와 다른 판단을 내렸다는 설명이다.

실제 2009년에 공정위는 퀄컴이 타사 모뎀 칩을 사용하는 휴대폰 업체에 높은 로열티를 부과한 사실 등을 적발해 과징금 2600억원을 부과했다. 당시에도 퀄컴은 지금과 같은 라이선스 방식을 유지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이 사안에 대해 한 법률 전문가는 “2009년 퀄컴 사건 때도 쟁점이 상당히 많았지만 공정위가 다소 모호한 혐의는 제외하고 확실한 것만 적시, 유죄를 입증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소송에서는 라이선스 방식 관련 공방이 가장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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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통상 마찰까지 확대될까

퀄컴과 공정위 간 소송에서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절차의 공정성` 여부다.

공정위의 시정명령을 받은 후 퀄컴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상 미국 기업에 보장된 절차상 보호 조치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퀄컴이 보호받지 못했다고 설명한 권리는 자료 접근권, 교차 심문권(퀄컴이 직접 이해관계자에게 심문할 수 있는 권리) 등이다.

돈 로젠버그 퀄컴 총괄부사장(법무총괄)은 “공정위의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퀄컴은 적법 절차에 대한 기본 권리를 보장해 달라고 반복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면서 “이러한 권리는 한·미 FTA에 따라 당연히 미국 기업에 보장돼야 하는 것임에도 공정위는 이런 절차상 과정을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퀄컴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퀄컴과 공정위 간 소송을 넘어 한·미 통상 마찰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FTA 재협상을 거론하는 상황이어서 우려는 더욱 커졌다.

공정위는 퀄컴의 절차상 권리를 충분히 보장했다고 반박했다. 퀄컴 방어권 보장을 위해 공정위 심사보고서에 대한 퀄컴의 의견 제출 기한을 6개월 이상 보장하고, 전원회의도 총 7차례 열었다는 설명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퀄컴이 추후 절차상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에 최대한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법 위반 혐의 입증 관련 증거 자료를 모두 퀄컴에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극히 일부인 미제공 자료는 제3자 영업 비밀에 해당해 법령상 퀄컴에 제공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또 퀄컴 요청을 받아들여서 별도의 심의 기일을 정해 교차 심문권 행사 기회를 보장했지만 퀄컴 스스로 이를 포기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소송에서 또 다른 핵심 쟁점은 과징금 규모의 적정성이다.

공정위는 법 위반 관련 매출(약 38조원)에 비례해 퀄컴에 사상 최대 규모인 1조3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퀄컴의 행위를 `매우 중대한 위반 행위`로 판단, 관련 매출의 2.7%를 과징금으로 매겼다. 법 위반 기간은 2009~2016년으로 산정했다.

이에 대해 퀄컴은 공정위의 판단만큼 한국 내 매출이 크지 않아 과징금 1조300억원은 부당하다고 반박했다. 공정위는 퀄컴의 글로벌 매출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0% 안팎이라고 분석했지만 퀄컴은 3% 미만이라고 반박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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