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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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가 몸통을 흔들었다.`

최근 일본 도시바 사태를 두고 하는 말이다. 자회사인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대규모 손실을 기록하며 도시바는 회사 운명이 백척간두에 섰다. 기업 해체설까지 나돌 정도다.

도시바는 소니, 파나소닉과 함께 한때 일본 3대 전자업체로 꼽혔다. 그러나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없었다.

도시바는 2년 전 회계 부정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2015년 2248억엔(약 2조2500억원) 규모의 회계 부정이 이뤄진 사실이 적발돼 최고경영진 3명이 물러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여파로 핵심 사업인 의료장비 부문은 캐논, 백색가전 부문은 중국 메이더에 각각 매각됐다.

이번에는 2006년에 인수한 웨스팅하우스가 발목을 잡았다. 당시 도시바는 인수 예상가보다 2배 이상 비싼 54억달러를 써 내며 제너럴일렉트릭(GE)과 미쓰비시중공업 등을 제치고 웨스팅하우스 인수에 성공, 전자업체에서 원자력 회사로 턴 어라운드했다.

그러나 세계 원전 시장이 축소되면서 웨스팅하우스는 큰 손실을 입었다. 웨스팅하우스는 이를 쉬쉬하다 결국 탄로가 났다. 손실액은 무려 7125억엔(7조2000억원)에 달했다. 천문학 규모의 손실에 도시바는 비상이 걸렸다. 자금 마련을 위해 당초 20%만 팔기로 했던 반도체 지분을 절반 이상 매각하기로 했다. 경영권도 넘기겠다는 것이다. 반도체는 회사 매출의 약 30%를 차지하는 핵심 사업이다.

도시바는 1875년에 설립됐다. 142년 역사를 자랑한다. 일본 자본주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회사가 붕괴 위기까지 몰리는 데 채 2년이 걸리지 않았다. 도시바의 위기는 도덕성 해이와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경영진의 책임이 크다. 상시 경보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신속하게 수습할 수 있는 체계를 갖췄다면 충분히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회사라 해도 삐끗하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도시바는 잘 보여 준다. 자만하지 않고 항상 깨어 있어야 하는 이유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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