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해시태그-#이블팩토리] 네오플은 돈 벌 생각이 없다

모바일게임 `이블팩토리`는 네오플이 만들고 넥슨이 최근 출시했다. `도트 그래픽을 가진 레트로풍(고전적인 느낌) 게임`이라는 설명이 딱 맞는다.

가상패드를 조작해 스테이지마다 보스전을 치르는 방식으로 게임이 진행된다. 컨트롤이 중요한 게임이다. 화면에서 손을 때면 순간적으로 게임 진행이 느려지며 적의 공격을 피하는 여유를 부릴 수 있다.

적 위치를 예상해 기본으로 주어지는 폭약을 설치하는 것만으로 스테이지 통과가 가능하다. 주인공 캐릭터를 움직여 상대를 폭약 설치지점으로 유도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복잡하거나 화려하지 않지만 작은 화면 안에 컨트롤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장치를 극대화했다.

게임을 하다보면 본부와 교신하며 팁을 얻는다. 교신은 게임 분위기를 살리는데 일조한다. 교신 내용은 `덕후`스럽다. `츤데레(ツンデレ, 겉은 퉁명스럽지만 속은 따듯한 진심이 담긴 태도)`다. 게임에 등장하는 적도 흉악하지만 예쁜 구석이 많다.

이블팩토리가 노리는 이용자는 분명하다. PC게임이나 초기 콘솔 버전에 향수를 가진 올드 게이머 그리고 게임마니아라고 자부하는 서브컬쳐 향유 층이다. 모바일게임에서 언리얼엔진이 돌아가는 때에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흔한 확률형 아이템도 없다. 게임 안에서 파는 것은 무기, 혹은 무기를 강화하는 소재다. 게임진행을 위해서 필요한 재원은 게임을 하면서 얻을 수 있다. 무기를 강화하는데 수분의 시간이 걸린다. 사용자는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다.

네오플은 이블팩토리에 앞서 출시한 `던전앤파이터:혼`에서도 확률형 아이템을 최소화했다.

무분별하게 가챠(뽑기아이템)을 돌리는 비즈니스 모델은 지양하겠다는 선언처럼 느껴진다. 수익보다는 `우린 이런 게임도 만든다`는 자존심이 보인다.

네오플은 온라인게임 던전앤파이터로 매년 6000억원 이상(2015년 기준) 매출을 올리는 기업이다. 중국에서 많은 수입을 거두는데 당분간 이런 기세가 꺾일 것 같지 않다.

여러 실험을 해볼 수 있는 환경이다. 이블팩토리는 당장 수입원을 확보하는 콘텐츠보다는 다양한 시도를 해보겠다는 네오플 개발 방향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모회사 넥슨의 모바일게임 포트폴리오는 하나의 단어로 정리하기 어렵다. 최근 괄목할만한 성과를 올린 넷마블게임즈가 역할수행게임(RPG)라는 뚜렷한 테마를 가진 것과는 대조적이다.

어느 것이 옳다고 이야기 할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시장은 한쪽 날개만 가지고 제대로 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블팩토리는 잘 다듬어진 대학교 졸업작품 같다. 게임 제작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 느껴진다.

연간 수천억원 매출을 올리는 제도권에 속한 회사에서 이런 게임이 나온다는 것은 반갑다. 선한 의도는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 마련이다. 단지 시간이 걸릴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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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선생님! 게임을 만들고 싶어요...


김시소 게임 전문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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