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해외 ESS 시장 진출, 지금이 적기다

Photo Image
이태식 이엔테크놀로지 대표.

2014년 한국전력공사가 주파수조정(FR)용 에너지저장장치(ESS) 구축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만 해도 국내 처음 도입되는 낯선 분야여서 산업계의 이해도가 낮았다. `전기는 어떻게 저장하는지` `전기에도 주파수가 있는지`라는 초보자 질문부터 `경제성은 나오나` 하는 의문까지 전부 생소하고 어려웠다. 그러나 3년이 지난 현재 상황은 달라졌다. 전력·에너지 분야 종사자에게 ESS는 하나의 흔한 보통명사처럼 쓰이고 있다. 미래 신사업이나 신성장 동력을 이야기할 때 ESS는 필수 아이템이 될 정도다.

이 같은 ESS 시장의 변화는 반가운 일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걱정이 되기도 했다. 불과 1, 2년 사이에 급격하게 `핫(Hot)`해진 탓에 수많은 업체가 너나 할 것 없이 시장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부의 각종 ESS 지원 정책과 설치 계획에 많은 기업이 시장에 뛰어들었고, 한전 FR ESS 사업 등 각종 민·관 입찰에 참여하지 않으면 나중에 실적 미확보로 사업 진출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는 우려 탓에 치열한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경쟁 과열로 발주처 고객에게는 수익성 및 투자 회수율이 좋아졌다. 그러나 제조사나 공급업체 입장에서는 시장 성숙기에 진입하기 전부터 `치킨 게임`으로 치닫고 있다. 초기 시장부터 차곡차곡 기술 투자와 각종 시행착오를 경험해 온 기업 입장에서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경쟁을 제한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작은 시장 규모와 정부 정책으로 키워진 시장 한계만 탓할 수도 없다. 대안으로 많은 시장 참여자가 해외 시장 진출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막연한 시장 진출 목표만 있을 뿐 구체화한 행동은 취하지 않고 있다. 결국 가능성 있는 시장만 이야기할 뿐 존재하는 시장에 대한 조사 분석은 찾아 볼 수 없다. 몇몇 대기업 위주의 실증을 위한 이른바 `도네이션` 사업을 수주했다는 소식만 간간이 들린다.

이제는 수익을 낼 수 있는 ESS 사업을 만들어야만 국내 시장의 한계를 넘어 해외 진출이라는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SS 시장은 주로 선진국 시장이다. 우선 사업 기회와 투자 시스템이 투명한 미국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미국은 최근 2~3년 중앙정부·주정부가 주도한 시범 사업을 마치고 경제성과 수익성을 따진 본 사업이 이제 막 시작됐다.

지금까지는 한전 FR ESS가 세계 최대 규모였지만 올해부터 미국 발주 규모는 이를 크게 뛰어넘을 것이다. 미국 ESS 시장은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가 정한 신재생에너지 정책에 발맞춰 ESS 설치를 만족하면서 전력구매계약(PPA) 체결을 기본으로 하는 신재생에너지 연관 사업이 주류다. 풍력·태양광 발전사업자로부터 전기를 사서 비쌀 때 전기를 팔거나 지역별송전망기구(RTO) 등과의 경쟁을 통한 ESS 활용 시장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유럽과 호주도 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다행히 국내 중소기업이 호주에서 `도네이션` 사업이 아니라 수익 사업으로 이미 일부 성과를 내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어렵게 만들어진 국내 ESS 시장에서 몇 년 동안 설치하고 운영한 소중한 경험은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해외 진출이라는 막연한 목표 대신 구체화한 방법론을 토의하고 고민한다면 시장 가능성을 충분히 갖출 수 있을 것이다.

이에 국내 파트너사 협력과 해외 현지 파트너사 협력을 추천해 본다. 대기업 같은 규모가 있는 기업과 기술력과 현장 경험을 갖춘 중소기업이 협력해서 미국 에너지 시장에 동반 진출한다면 승산이 있을 것이다. 이제 막 파일럿 프로젝트가 끝난 미국 시장에서 한전 FR ESS 사업 경험에서 쌓은 노하우와 실적은 미국 시장에서 환영받을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이태식 이엔테크놀로지 대표 taylee@entech.bi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