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성장을 견인해온 제조업이 식어가고 있다.
해외로 이전한 공장을 국내로 복귀시켜야 하지만 정부 지원은 여전히 부족하고, 스마트공장 도입 등 제조업 혁신 추진 속도는 더디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제조업 경제성장 기여도가 처음으로 2년 연속 0%대를 기록했다. `저성장 고착화` 중심에 제조업 쇠퇴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5일 2000~2016년 통계청과 한국은행 통계자료를 분석한 결과 제조업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기여도가 계속 떨어지는 추세다.
2000년 GDP 성장률은 8.9%, 제조업 기여도는 4.1%P를 기록했다. 제조업이 GDP를 4.1% 끌어올렸다는 의미다. 이후에도 제조업은 전체 경제성장률을 높이는데 주요 역할을 했다. 매년 기복이 있지만 대부분 1~3%P 기여도를 기록했다.
제조업 기여도는 2015년 0.3%P로 급락한 후 지난해도 0.5%P를 기록했다. 제조업 성장이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하며 2015년과 2016년 GDP 성장률은 각각 2.6%, 2.7%에 머물렀다. 2000년 이후 제조업 기여도가 2년 연속 0%대(이하 포함)를 기록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0.9%P), 2009년(-0.1%P) 이후 처음이다.
분기별로 제조업이 오히려 GDP 성장률을 깎아내리기도 했다. 2014년 3분기와 4분기 제조업 기여도는 각각 -0.2%P, -0.1%P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3분기 -0.3%P를 보였다.
제조업 위기는 다른 경제지표에서도 확인된다. 작년 12월 제조업 취업자 수는 358만1000명으로 전년 같은 달보다 400명 줄었다. 제조업 취업자가 줄어든 것은 2009년 10월(8000명 감소) 이후 처음이다. 작년 12월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2.4%로 1998년(67.6%)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공장 3곳 중 1곳은 생산라인 가동을 멈췄다는 의미다.
제조업 쇠퇴는 수출 경쟁력 약화, 공장 해외 이전, 혁신 부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우리 제조업 해외생산 비중은 2009년 13.9%에서 2014년 18.5%까지 올랐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우리나라 제조업 해외생산 비중이 일본 수준에 육박했고, 특히 자동차와 휴대폰 해외생산 비중이 높다”며 “초기에는 부품 수출에 기여할 수 있지만 부품 현지조달 등이 늘며 점차 수출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해외 공장 국내 `유턴`에 노력하고 있지만 세제혜택 등 지원이 약해 실적은 미미하다. 스마트공장 도입 등 제조업 혁신도 속도가 느리고 규모도 제한적이다.
전문가들은 유턴기업 지원 확대, 제조업-서비스업 융합을 바탕으로 한 제조업 부가가치 제고 등을 대안으로 꼽았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트럼프가 리쇼어링 정책을 추진하는 등 자국 기업을 복귀시키기 위한 움직임이 세계에서 확산되고 있다”면서 “우리 정부도 제조업 지원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도별 GDP 성장률과 제조업 기여도(자료:국가통계포털)>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