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Viewㅣ영화] 김태리, 흠 잡을 데 하나 없는 이토록 무서운 괴물 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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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엔터온뉴스 이예은 기자] 여성 배우가 대중성과 팬덤을 함께 잡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심지어 신인이라면 대중성을 노리고 네임밸류를 얻어내는 게 급선무다. 하지만 김태리는 단 한 편의 장편작으로 대중성과 팬덤,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에 성공한다. 그리고 대중의 끈끈한 지지를 받으며 ‘주연길’만 걷고 있다.

지난 1월 31일 김태리는 영화 ‘1987’ 합류 소식을 알리며 종일 포털 사이트 검색어 순위에 오르며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다름이 아닌, 함께 출연하는 배우들이 쟁쟁한 선배들이었기 때문. 특별출연 예정인 강동원부터 하정우, 김윤석 등이 호흡을 맞추며 장준환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그 중,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 한 가운데에 휘말린 여인 연희 역을 맡을 예정이다.

김태리는 등장부터 화려했다. 첫 데뷔작이 박찬욱 감독의 작품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목을 끄는 건 당연했다. 더불어 15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하녀 숙희 역을 따냈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이야기. 그러나 뚜껑을 열기 전까지, 그녀를 향한 우려의 시선이 공존했다. 연극과 단편 몇 편을 제외하고는 거의 전무에 가까운 연기 경력에, 김민희, 하정우, 조진웅 세 배우와 한 스크린에 모습을 드러낸다는 건 그야말로 모험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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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엔터온뉴스 DB

하지만 ‘아가씨’가 칸 영화제 진출에 성공하면서 박찬욱 감독의 안목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정형화되지 않은 날 것의 연기와 본연의 아우라에서 흘러나오는 자연스러움은 선배들에게 결코 뒤지지 않는 연기를 선보였다. 이후 신인상 6관왕을 휩쓸며 충무로가 인정하는 2016년 최고의 발견으로 떠올랐고, 그 누구도 그녀의 수상에 제동을 걸 수 없었다.

그 탓에, 완전히 스타로 떠오른 김태리가 어떤 차기작을 선택할지에 대한 시선이 모아졌다. 이후 2년 장기프로젝트인 임순례 감독의 리메이크작, ‘리틀 포레스트’ 출연을 확정했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작가주의 작품을 선택한 그녀는 신중한 행보를 기대케 했다.

대형신인답게 광고계의 블루칩으로도 떠오르며 다양한 광고 모델을 맡고 있지만, 큰 이미지 소비 없이 영화배우의 입지를 제대로 다져가고 있다. 굵직한 예능이나 방송 프로그램 등 미디어 노출을 자제하는 형태가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작품의 힘으로 얻어낸 대형 팬덤과 여러 수상 소감과 인터뷰를 통해 드러난 강단이 그녀를 향한 신뢰도를 상승시키는 데에 큰 공을 세웠다. 실제로 박찬욱 감독은 김태리가 가진 소신과 당당함을 높이 평가해 숙희 역으로 낙점했음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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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T&G 상상마당 제공

그리고 데뷔가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자신의 데뷔 전 독립영화 출연작이었던 ‘문영’까지 개봉시킬 정도의 파급력을 발산했다. 그 안에서도 그녀의 연기는 단연 빛났다. 말 없는 소녀 문영 역을 맡아 대사 하나 없이, 오롯이 눈빛과 몸짓만으로 관객들을 홀렸다.

사실 김태리 뿐만 아니라, 화려하게 데뷔해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던 신인 배우들은 늘 존재해왔다. ‘은교’로 온 시선을 한 몸에 받았던 김고은부터 ‘검은 사제들’의 박소담까지, 충무로의 기대주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하지만 이후 행보에서 크게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 아쉬움을 자아냈다.

물론, 김태리의 다음날까지 예단하는 건 섣부른 일이지만 아직까지 잡음 하나 없이 배우의 정석 길을 걸어온 그녀의 행보를 기대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녀 역할에 이어 시골로 내려온 도시 소녀, 그리고 격동의 시기인 80년대 속 인물을 연기할 그녀는 자신이 지닌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환하게 펼쳐낼 준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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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엔터온뉴스 DB

김태리의 소속사 제이와이드컴퍼니 관계자는 ‘1987’ 출연에 대해 “따로 오디션을 본 건 아니었고, 시나리오 제안이 들어와서 읽어본 뒤에 합류하기로 결정했다. 그 외에는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제작사 우정필름의 장영환 PD는 “(김태리 캐스팅은) 장준환 감독님이 제안하셨다. 영화 배경이 80년대 이야기라, 그 시절에 살았던 20대 대학생 같은 이미지를 생각하셨고 김태리 씨와 잘 맞았다고 판단하신 것 같다”며 “또, 이전에 ‘아가씨’에서 연기하는 모습을 보셨고, 앳되고 수수한 이미지가 80년대 대학생과 어울렸기 때문인 것 같다. 아직 제작 준비 단계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건 없지만 운동권 학생은 아니다. 영화 속 그 시절에 함께 하는 학생으로 등장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예은 기자 9009055@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