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미래로 가는 기업들

Photo Image

큰 글로벌 대기업 A가 미래를 위해 새로운 사업 아이템에 도전하기로 하고 사업을 구상할 인재 B를 영입한다. B는 오랜 고민 끝에 신규 사업을 기획하고 마침내 그 기획안을 회사 임원들과 공유한다.

B가 말한다. “시너지가 있을 C라는 사업을 하는 게 좋겠습니다. 그런데 C라는 사업이 성공했을 때의 영업이익률은 A회사 전체 영업이익률의 3분의 1에 불과할 것입니다. C를 위해 새로 투입해야 하는 연구개발(R&D)비는 천문학 수준의 비용이 들겠지만요.”

수익은 절반도 안되고 어마어마한 투자비 지출를 각오해야 한다는 C 사업을 두고 A회사 임원이 만장일치로 찬성한다. 이게 무슨 일일까.

한 취재원이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자동차 분야 진출을 비유하면서 든 예다. A, B, C는 허구의 상황이지만 지금 글로벌 IT 시장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영업이익률 30% 안팎의 구글을 비롯해 세계 IT 기업들이 자동차 분야 진출을 선언했다. 1998년 자동차 사업에 진출했다가 뼈아픈 실패를 경험한 삼성전자도 전자장치(전장)를 통해 다시 자동차를 조준했다. 자동차 사업 자체는 영업이익률이 10% 안팎에 불과하고, 신차 하나 개발에도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의 비용이 들어가는 데도 말이다.

대단한 결심이고 도전이다. 그러나 이제 그 누구도 IT 기업의 자동차 분야 진출이 A, B, C 사례처럼 얼토당토 않은 일이라고 평가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연결되는 `커넥티드 월드`에서 사람의 이동성을 책임지는 자동차는 연결 고리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C라는 새로운 과제를 해내지 못한다면 A회사의 미래는 없다는 게 핵심이다.

적어도 이 분야에서 만큼은 현실의 숫자가 미래라는 대의 앞에서 의미를 상실한 지 오래다. IT와 자동차의 융합은 이미 현실이 됐다. 자동차 제조사도 적극 공세로 나오는 IT 기업들의 손을 잡든가 치열한 경쟁을 선택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러한 상황에 당장 투자비 걱정에 주판알만 퉁기고 있으면 이길 방법이 없다.

Photo Image
@게티이미지뱅크

문보경 자동차 전문기자 okmun@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