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원자 한층 두께의 초박막 산화물 반도체 개발에 성공했다. 세계에서 가장 얇은 산화물 반도체다. 반도체는 얇으면 얇을수록 투명하고 유연한 전자기기나 초소형 센서를 만들 때 유리하다.
이종훈 울산과학기술원(UNIST) 신소재공학부 교수팀은 그래핀 위에 산화아연을 원자 한층 두께로 성장시킨 `2차원 산화아연 반도체`를 개발했다고 2일 밝혔다.
이 교수팀은 그래핀 위에 산화아연(ZnO)을 위가 아닌 좌우 평면으로 성장시키는 기술을 이용했다. 기존 위로 성장시키는 방식의 산화아연으로는 원자 두께의 초박막 반도체 제조가 불가능하다.
이렇게 만든 2차원 산화아연 반도체는 4.0전자볼트(eV)의 밴드갭을 나타내 고성능 전자소자로의 적용 가능성을 보였다. 기존 산화아연 반도체의 밴드갭은 3.2eV 정도다. 이 수치가 클수록 반도체 소자 누설 전류와 잡음 특성이 감소한다.
밴드갭은 전자가 없는 영역으로, 이 영역을 이용해야 전기를 흐르게 또는 흐르지 않게 할 수 있다. 그래핀은 밴드갭이 없어 전기가 잘 통하기만 한다. 산화물 반도체는 전기전도성이 좋은 그래핀을 기판으로 쓰고, 밴드갭이 있는 산화물을 이용해 전류 흐름을 통제할 수 있는 차세대 반도체다.
이 교수팀은 이번 연구에서 그래핀 위에 산화아연이 성장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관찰하는 성과도 거뒀다. 산소와 아연 원자가 그래핀을 이루는 탄소 원자 위에 자리 잡고, 성장하면서 배열 각도를 조금씩 바꿔 그래핀 위에 나란히 안치되는 과정을 실제로 관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양한 이차원 물질 위에 나노 물질을 성장시키는 연구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교수는 “첨단 웨어러블 전자기기를 만들려면 고성능 유연소자가 필수다. 2차원 산화아연 반도체는 현재 나온 가장 얇은 산화물 반도체로 얇고 유연하면서도 성능이 좋은 전자소자를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라 말했다.
울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