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덕이 만난 생각의 리더]<86> `IT전도사` 이강태 명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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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태 교수는 “디지털 시대의 신경영 무기는 정보기술(IT)”이라면서 “성공한 직장인이 되려면 늘 공부하면서 자신을 업그레이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이강태 명지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정보기술(IT)전도사`로 불린다.

경영학 박사인 이 교수는 “급변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IT는 신경영의 무기”라고 늘 강조한다. 이 교수는 IT와 유통, 금융을 두루 거친 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이다. 직장인들의 꿈인 성공한 샐러리맨에 속한다. 기업 CEO 시절 경영에 IT를 접목해 최고 경영 성과를 거뒀고, 금융업계 최초로 `성과급제`를 도입했다.

보통 사람이라면 은퇴할 시기인데 그는 2015년 대학 교수로 변신했다. 현재 대학에서 정보보안과 컴퓨터공학을 강의한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새 삶의 출발은 그가 평소 부단히 공부하고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면서 미래를 새롭게 디자인한 결과다. 그는 요즘 양자역학에 푹 빠져 있다. 이 교수는 최근 `경영을 살리는 IT, IT를 살리는 경영2`라는 저서를 펴냈다.

이 교수를 19일 오후에 만났다. 성공하는 직장인과 디지털시대 신경영, 한국의 핀테크 활성화 방안 같은 경영과 금융 전반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어떻게 해야 성공한 직장인이 되는가.

▲늘 공부해야 한다. 지금은 시대가 급변한다. 제품도 5년마다 업데이트를 한다. 직장인도 마찬가지다. 낡은 틀에서 벗어나 최소한 5년마다 자신을 업데이트할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40대 후반에 명예퇴직을 각오해야 한다. 변화 속에서 도태되지 않고 행복한 노년을 보내려면 젊어서 함축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취직 이후 스펙이 중요하다. 지난날 내가 BC카드 대표 시절 일이다. 입사 3개월차 신입사원에게 이상형 직장에 대해 물었다. “정년을 보장하고, 사내 복지 수준이 높고, 월급 많고,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열심히 공부하고 자기 계발을 할 젊은 나이에 이렇게 지내면 직장인으로 성공할 수 없다. 직장인은 주인의식을 갖고 월급 값을 해야 한다. 말 잘 듣고 예의 바르고 팀워크가 좋으면 좋은 직장인인지는 모르지만 성공한 직장인은 되지 못한다. 칼퇴근해서 아이들과 놀고, 주말에 집안일 돕고, 휴가 때 캠핑 다니며 지내면 늙어서 밤늦게까지 일할 가능성이 아주 짙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외국어는 필수다. 우선 미래 사회 변화 예측 능력을 길러야 한다. 5~10년 뒤 변화하는 사회에 대비해야 한다. 그러려면 역사인문학 통찰력이 필요하다. 다음은 자기 업무와 관련 있고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공부해야 한다. 나도 요즘 양자역학을 공부하고 있다.

-앞으로 저성장 시대가 오겠는가.

▲저성장은 공급 대비 수요 부족에서 기인한다. 3차 산업혁명 이후 IT를 통해 생산성이 크게 향상됐지만 지금은 유통, 금융, IT, 농업 같은 모든 분야에서 과잉 공급 상태다. 노령화와 인구 감소로 수요가 크게 줄었다. 일부에서는 2020년대 1% 성장을 전망한다. 제로 성장 가능성도 있다. 수요 정체로 재고가 쌓이고 투자는 감소한다. 저성장 시대에서 가장 큰 타격은 영세 상인이 받는다. 저성장 시대 생존법을 찾아야 한다.

-대응 전략은 무엇인가.

▲양극화를 해결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부의 분배에서 정보의 투명성을 확보하면 부가가치의 공정한 분배가 가능하다. IT는 투명한 정보를 제공하고 공정한 평가를 돕는다. 양극화는 기득권과 새로운 세력이 첨예하게 부딪치는 것이다. 4차 산업의 최종 목적지는 대량 맞춤 생산(mass customization)이다. 극단으로 말하면 개인별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개인의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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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한국이 핀테크는 제대로 하고 있다고 보는가.

▲제대로 하지 못한다. 이유는 핀테크를 금융이 주도하기 때문이다. 외국에 비해 기형의 모습을 하고 있다. 핀테크의 여러 분야 가운데 결제 쪽에 쏠려 있다. 은행권에서는 핀테크를 모바일 뱅킹으로 이해한다. 핀테크가 발전하려면 금융이 기술을 이끄는 게 아니라 반대로 기술이 금융을 이끄는 테크핀을 해야 한다. 기술이 들어가야 핀테크가 발전할 수 있다. 지금은 핀테크라는 말만 무성하지 편리함이나 서비스에서 크게 달라진 것이 별로 없다.

-핀테크 활성화 방안은.

▲고객 관점에서 시작해야 한다. 기존 금융의 틈새를 노리는 핀테크를 하면 실패한다. 현재 핀테크 벤처기업은 틈새시장만 노린다. 벤처기업이 새 솔루션을 개발해도 대형 금융기관에서 사용하지 않으면 쓸모가 없다. 더욱이 고객 가치와 무관한 솔루션이라면 금융기관에서 채택할 이유가 없다. 고유의 영역을 확보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해야 성공한다.

-핀테크의 해외 진출은 가능한가.

▲해외 시장을 겨냥해 개발한 솔루션이라면 진출이 가능하다. 그러나 국내 금융기관에도 공급하지 못한 솔루션으로 해외에 나가면 성공할 수 없다. 최고의 솔루션을 만들려면 최고 CEO와 최고 직원이 있어야 한다. 만약 그런 조건을 구비했다면 국내에서 틈새시장을 노릴 게 아니라 미국 실리콘밸리로 가서 창업하는 게 바람직하다.

-개선해야 할 핀테크 법이나 제도는.

▲법이나 규제는 과거 사건에 대한 사후 대책이다. 어느 나라건 미리 발생한 사건을 예상해서 법규를 만드는 일은 없다. 한국에서 비행물체에 대한 규제는 있지만 무인비행기에 대한 규제는 없다. 북한의 무인정찰기를 막기 위해 비행금지 규정은 있지만 한강 둔치에서 드론을 날리는 걸 막는 규제는 없다. 언젠가 신산업이나 신사업 분야는 불문법 체계로 가자고 주장한 적이 있다. 성문법 체계로는 신기술에 적극 대응할 수 없다. 항상 사건, 사고를 뒤따라가야 한다.

-핀테크 보안시스템 구축은 제대로 하고 있는가.

▲이제 데이터 시대가 왔다. 데이터를 모으면 정보 유출이나 정보 오·남용 위험성이 높아진다. 그런데도 보안 시스템 구축과 운용에서 CEO나 임원들은 정보 보안에 대해 무관심하다. 2014년에 발생한 국내 카드 3사의 고객 정보 유출 사태로 CEO 3명이 책임지고 사퇴했다. CEO 위험성 관점에서 볼 때 정보 보안은 톱클래스다. CEO가 임원회의에서 정보 보안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논의했다면 그런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정보 유출은 내부보다 협력사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짙다. CEO가 정보 보안 공부를 하고 이사회에서 정보 보안을 중요 안건으로 다뤄야 한다.

-인터넷전문은행의 미래를 어떻게 보는가.

▲망하지도 않겠지만 그렇다고 크게 발전하지도 못할 것으로 본다. 금융은 `신용도라는 칼과 위험 관리라는 방패를 들고 싸우는 게임`이다. 예금 금리를 더 주고 대출 금리를 기존보다 낮추려면 정교한 경영이 우선이다. 이를 뒷받침할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기존 금융인들은 보수 경영을 했다. 금융을 모르는 IT 전문가가 CEO을 맡아야 공격 경영 헌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시대 신경영이란 무엇인가.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방향과 속도다. 이건 기존 경영과 같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의 신경영 무기는 IT다. CEO가 올바른 방향을 잡고 임직원들이 빠르게 실행하는 무기가 IT라는 점이 기존 경영과 다르다. 과거는 경험 많은 CEO가 외부 인맥 관리를 잘하고 내부 화합을 하는 유형이었다. 지금은 글로벌 시장에서 고객 가치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즉시 파악, 임직원들이 대응할 수 있게 하는 CEO가 성공한다. 신경영의 핵심이 IT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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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경제 재도약을 위해 정부와 기업의 역할은.

▲정부가 어떤 역할을 하는 시대는 지났다. 정부는 기업에 대한 기반 조성과 법체계를 정비하고 경찰 역할만 잘하면 된다. 정부가 주도하는 연구개발(R&D) 투자도 바람직하지 않다. 돈이 되면 기업은 말려도 뛰어든다. 정부가 기업에 투자를 강요하면 실패한다. 정부가 개입하면 시장 기능은 마비되고 왜곡된다. 정부는 기업이 사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면 된다.

-창업 시 유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창업은 취업 대안이 아니다. 정치인들이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하는 건 거짓말이다. 기업을 압박해 투자를 늘리고 신입직원을 채용하면 멀지 않아 그 산업은 구조조정 대상이 된다. 부가 가치 없는 공기업과 기업이 얼마나 버틸 수 있겠는가. 기업이 인력을 뽑지 않는 것은 돈 버는데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창업에 성공하는 사람은 직장 다닐 때 일 잘하던 사람들이다. 일 못하는 사람이 창업에 성공한 일은 본 적이 없다. 무턱대고 창업하면 망한다.

-좌우명과 취미는.

▲좌우명은 상향(上向)이다. 매일 새롭고 또 매일 새롭다는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의 의미다. 취미는 대금 연주다. 헬스는 20년 동안 했다. 하루에 2시간씩 일주일에 나흘은 유산소와 무산소 운동을 한다. 주말이면 등산을 한다. 갑자기 건강이 나빠져서 고생하다가 돌아가신 아버지를 보면서 건강 관리를 철저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개인의 경쟁력은 건강이다.

이 교수는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명지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IBM 유통 사업부 실장과 LG유통 CIO상무, 삼성테스코 부사장, 하나SK카드 사장과 BC카드 사장, 한국정보산업연합회 CIO포럼 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명지대 컴퓨터공학과 교수와 한국정보산업연합회 CIO포럼 명예회장이다. 전자신문에 2014년 7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이강태의 IT경영 한 수`를 연재했다. 한국최고경영인상과 2015년 국가정보화 기반 구축의 공로로 산업포장을 수상했다. 저서로 `경영을 살리는 IT, IT를 살리는 경영`(1.2) 등이 있다.


이현덕대기자 hd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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