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중국에서 퀄컴을 상대로 1700억원 규모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미국서 제기한 반독점 소송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로이터 등 외신은 25일(이하 현지시간) 애플이 중국 베이징지식재산권법원에 퀄컴을 상대로 10억위안(약 1700억원) 규모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애플은 이번 소송과 함께 표준필수특허(SEP) 관련 프랜드(FRAND·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인) 확약 불이행에 따른 소송도 제기했다.
외신은 이번 소송을 지난 17일 미국 연방무역위원회(FTC)가 퀄컴을 제소한 데 따른 연쇄작용으로 봤다. 미 FTC가 퀄컴이 독점 지위를 남용해 스마트폰 제조사를 압박하고 경쟁을 저해했다며 소를 내자, 바로 다음날 모바일 기기 소비자집단도 반독점법 위반에 따른 피해보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어 20일 애플이 캘리포니아 남부 연방지방법원에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 규모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접수했다. 애플은 성명에서 “퀄컴이 수년간 불필요한 기술 특허와 실시료를 강요하는 불공정행위를 해왔다”고 주장했다. 디스플레이 등 퀄컴이 공급하는 칩과 무관한 부품 고급화로 아이폰 가격을 올렸는데도 퀄컴이 실시료로 완제품 가격 대비 5%를 요구했다는 이유에서다.
애플은 중국소송에서 같은 논리를 내세웠다. 그러나 퀄컴은 미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번 소송도 “특허료를 깎으려는 애플의 전략”으로 해석했다. 2015년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의 9억7500만달러(약 1조1300억원) 과징금 부과 이후 권고안에 따라 100여개 이상 중국 업체에 같은 조건으로 특허료를 부과해왔는데 애플만 이를 문제 삼는다는 입장이다.
퀄컴은 소송이 중국으로도 번지며 전방위 압박을 받고 있다. 지난해 말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혐의로 과징금 1조300억원을 부과 받은데 이어 미국에서도 줄소송에 휘말렸다. 현재 유럽연합(EU)과 대만에서도 반독점법 위반 혐의를 조사 중이다.
디지털트렌드 등 외신은 퀄컴을 상대로 한 애플의 이번 소송이 삼성 분쟁과 마찬가지로 향후 수년간 지속될 것으로 봤다. 특허 라이선스 매출이 주수익인 퀄컴 입장에서 이번 사태가 분수령이 될 수 있어 적극 방어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외에 월스트리트저널은 퀄컴 실적이 아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연이은 잡음으로 먹구름이 드리울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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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소영 IP노믹스 기자 syyan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