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이 18년 만에 상호금융과 농협은행 전산시스템을 분리한다. 총 1728억원 예산과 2만4000여명의 인력을 직·간접 투입했다. 22개월 동안 준비, 31일부터 가동한다. 국내 금융권 최대 규모 단일 정보기술(IT) 프로젝트다.
23일 금융권과 IT 업계에 따르면 이달 31일 농·축협과 은행 전산을 분리한 `신전산시스템`을 의왕 IT통합센터에 구축, 가동한다. 양재 전산센터에 있던 모든 장비도 가동과 함께 오는 8월까지 의왕IT센터로 모두 이관한다.
그동안 농협 전산시스템은 2009년 상호금융과 은행 전산이 통합돼 가동됐다, 전산시스템 통합 운영에 따른 복잡한 시스템 구조로, 장애가 발생하면 상호금융은 물론 은행 장애 전체로 이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2012년 3월 농협법이 개정되면서 농협은 전산 분리 IT 전환 계획을 금융위원회와 농림수산식품부에 제출했다. 이후 농협은 2014년 2월 통합IT센터 공사에 착공, 전산분리 프로젝트 계획을 수립했다.
2015년 4월 LG CNS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약 22개월 동안 전산 분리를 진행했다. 무중단·무장애·철통보안 시스템을 목표로 2000억원에 이르는 자금이 투입됐다. 안정성 강화를 위해 농·축협은 2만6000TPS(Transaction Per Second), 은행은 2만 TPS 거래를 처리할 수 있는 성능을 확보했다. 응답 시간도 기존 시스템 대비 절반 이하로 개선했고, 케이블 구성 국제표준인 TIA942 표준을 수용했다.
한정열 농협은행 IT부문 부행장은 “농·축협과 은행 간 물리력으로 분리된 내부 전산망, 전산실을 구축해서 각종 보안 사고에 각종 침해 사고나 보안 사고에 적시 대응이 가능해졌다”면서 “과거 3·20 정보 유출 사태 등으로 잃은 브랜드 신뢰를 회복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농협은 전사 분리 성공을 위해 네 차례에 걸친 통합 테스트, 15개에 이르는 테마 테스트, 2차례 시범 테스트를 거쳤다. 영업점 조기 정착을 위해 6000여개에 이르는 영업점을 대상으로 다섯 차례에 걸쳐 영업점 테스트를 추진했다.
농협 부회장이 직접 `범농협 비상 태스크포스(TF)를 구축해 중앙회와 계열사 집행 간부, 부서장들과 함께 일일 상시 점검 체계를 갖췄다. 전산 분리를 농협 최대 현안 과제로 선정하고 비상대책기구를 구성해 위기관리그룹과 사업부문, 영업본부 단위별로 상용화까지 24시간 상시 모니터링 시스템을 가동한다. IT 부문 비상운영TF도 운영한다.
농협은 분리하는 전산시스템에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사업을 융합한다.
빅데이터 분석시스템 구축 등 IT와 비즈니스 융합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오는 2월로 예정된 조직 개편을 통해 IT 신기술 연구와 업무 혁신을 담당할 전담 조직을 신설한다. 올원뱅크 등 비대면 기반의 핀테크 활성화를 위한 디지털금융 플랫폼으로 전산 고도화도 병행하기로 했다.
한정열 부행장은 “전산 분리를 위해 2만4000여명에 이르는 인력이 투입했다”면서 “편리한 금융 서비스와 무장애 온라인 운영을 통해 신뢰받고 앞서가는 농협이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