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블랙리스트 수사’ 남은 건 朴대통령뿐…“블랙리스트 지시 여부 밝혀내는 게 관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21일 새벽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구속함에 따라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특검은 이들을 상대로 의혹의 윗선에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는지 밝혀내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청와대와 문체부가 박근혜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계 인사에 대한 지원을 배제할 목적으로 리스트를 만들어 조직적으로 관리한 것은 초유의 일로, 최고권력의 지시 없이는 어려운 일이라는 게 특검의 인식이다.
박 대통령은 정부에 비판적인 소위 ‘좌파’가 문화‧예술계를 주도하고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해석되며, 박 대통령이 청와대 권력을 활용해 문화‧예술계의 판도를 바꾸려고 한 정황도 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지난 2014년 11월 27일 청와대 인근 안가에서 손경식 CJ 회장을 만나 ‘CJ의 영화‧방송이 좌파 성향을 보인다’며 압박한 바 있다.
당시 CJ는 케이블 방송 채널을 통해 박 대통령을 풍자하는 코미디 프로그램을 방영했으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영화 ‘광해’를 배급했다.
앞서 2013년 7월에는 조원동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이 손 회장과의 전화 통화에서 ‘VIP(대통령)의 뜻’을 내세워 이미경 부회장의 퇴진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어 ‘최순실 게이트’를 촉발한 미르재단 설립을 박 대통령이 밀어붙인 것도 ‘한류 확산’이라는 공식 목표와는 달리 문화‧예술계의 판도를 바꾸기 위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블랙리스트 작성이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직후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문화‧예술계에서는 홍성담씨의 그림 ‘세월오월’, 영화 ‘다이빙벨’ 등 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작품이 줄줄이 등장했다.
이에 ‘문화 전쟁’에서 위기에 몰린 박 대통령이 전세를 뒤집고자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했거나 관여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특검 수사의 관건은 박 대통령이 블랙리스트를 작성하라는 구체적인 지시를 내렸는지 밝혀내는 것이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 1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부인했다.
이에 특검이 내달 초 추진 중인 박 대통령 대면 조사는 대기업 뇌물수수 의혹뿐만 아니라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에도 총력을 가할 방침이다.
이윤지 기자 yj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