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Viewㅣ영화] 김주혁, ‘악역’을 흡수해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다

┃ 김주혁의 변신이 단순히 스크린에서만 보이기 때문에 돋보이는 것이 아니다. 스크린 밖에서 행한 행동이 그의 변신에 무게를 준다. 외형 변화나 몇몇 스킬로 행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대중에게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 지를 고민한 결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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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공조' 포스터

[엔터온뉴스 이예은 기자] 영화 ‘공조’에서 현빈과 유해진은 서울을 쑥대밭을 만들 정도로 열심히 뛰어다닌다. 그러나 김주혁은 이들과 달리 차분하게 관객들 앞에 서 있으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머릿속에 남긴다. 연기 인생에서 ‘악역’을 처음으로 선보이면서도, ‘진짜’를 보여줬다. 예능인의 모습은 아예 찾아보기 어렵다.

‘공조’는 남한으로 숨어든 범죄 조직을 잡기 위해 남북 최초의 공조수사를 유쾌하게 그려낸 오락액션작품으로, 현빈과 유해진이 투톱으로 나섰다. 로맨틱한 남자주인공 역을 맡으면서 톱스타 반열에 오른 현빈이 첫 액션 주인공에 도전하며 변신을 꾀했다. 그가 ‘공조’에서 선보이는 날렵하고 절도 있는 액션은 눈을 황홀케 한다. 더불어, 언제나 세련된 모습을 보였던 그가 북한 사투리로 문장을 구사하는 것도 눈여겨볼 포인트다. 그의 옆에서 유해진도 가세했다. 유해진은 그의 최고 장기인 특유의 능청스럽고 코믹한 연기로 현빈의 캐릭터에 힘을 싣고 극의 생기를 책임졌다.

그러나 현빈과 유해진의 캐릭터는 기존 영화들에서 등장했던 캐릭터와 별반 다를 바가 없다. 이미 많은 영화에도 묵직한 형사 혹은 천방지축 형사는 존재했기에 두 배우의 열연에도 캐릭터만의 특별한 매력을 느끼기는 쉽지 않다. 또한, 이미 충분히 멋진 현빈이 또 다른 멋짐을 연기하고 익숙한 유쾌함을 내보이는 유해진의 모습에서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한 아쉬움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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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에 비해 김주혁이 맡은 차기성은 완전히 새로웠고, 예상외의 인물로 각인돼 빛났다. 김주혁은 임철령(현빈 분)의 동료를 죽이고 위조지폐 동판을 탈취하고 남한으로 숨어든 북한 범죄 조직의 리더를 연기했다. 차기성의 분량은 현빈과 유해진에 비해 턱없이 적지만, 영화 내 공조수사를 하는 원인의 핵심이기에 명확한 중심을 필요로 하는 캐릭터다. 김주혁은 오로지 연기 하나로, 압도적인 존재감을 선보인다. 악랄하게 북한 사투리를 내뱉는 그의 목소리와 눈빛은 이전까지 발견할 수 없던 모습이다. 상대방을 가지고 노는 여유까지 갖춰, 긴장감은 훨씬 더 고조된다.

물론, 차기성 같은 악역은 영화에서 늘 존재해왔다. 하지만 본연의 어리숙하고 개구쟁이 같던 모습을 완전히 감춘 그의 연기는 ‘김주혁’만의 악역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촬영 한 달 전부터 식단 조절을 시작했고, 특수부대 장교 역에 충실하기 위해 태닝까지 하는 등 열의를 보였다. 덕분에 탄탄한 근육질 몸매와 잔인한 면모를 내뿜는 데에 성공했다.

김주혁이 한 노력은 그 뿐만이 아니다. 그는 배우 활동에 집중하기 위해 KBS2 예능프로그램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1박 2일’에서 ‘구탱이형’이라는 별칭으로 시청자들로부터 한창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던 때였다. 어딘가 모자라지만 친근하고 자연스러운 웃음을 선사하는 그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환호했고, 하차 소식을 알려왔을 때는 한 목소리로 아쉬움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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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엔터온뉴스 DB

대신, ‘공조’ 속 김주혁을 마주할 대중들은 그의 선택이 탁월했음을 알게 될 것이다. 그의 본질은 배우였기에 연기에 비중을 조금 더 둔 선택이었다. 브라운관에서는 친근한 모습을 하면서 스크린 속에선 악랄한 연기를 펼쳐내는 건, 대중들에게 괴리감을 느끼게 할 수 있으며 몰입을 방해할 만 하다.

그동안 김주혁은 ‘좋아해줘’ ‘싱글즈’ ‘아내가 결혼했다’ 등 여러 작품에서 우리 일상에서 볼 법한, 부드럽고 정감 가는 캐릭터를 훌륭히 소화했다. 이후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에서 찌질(?)한 남자 영수 역을 실감 있게 연기하더니 ‘비밀은 없다’에서는 냉철한 정치인을 선보이며 악역에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 ‘공조’의 악역은 그 시동 걸린 김주혁의 연기 스펙트럼 확대를 분명하게 보여준 셈이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예은 기자 9009055@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