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이주희의 감독코드] 신카이 마코토, 예쁜 작화로 그려낸 '비현실' 속 '진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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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주희 기자 / 디자인 : 정소정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1999년 4분 49초짜리 영상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로 감수성 어린 이야기를 선보였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이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2002년 ‘별의 목소리’를 만들어 정식 데뷔했다. ‘별의 목소리’로 첫 극장 상영의 기쁨을 맛본 이후 2004년 첫 장편영화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를 탄생시켰다. 이 작품은 ‘너의 이름은.’ 국내 흥행 기념으로 오는 2월에 국내에서도 볼 수 있다. 이후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초속5센티미터’ ‘언어의 정원’ 등을 통해 아름다운 색채와 섬세한 언어로 남녀의 이야기를 그려왔고, 국내외에서 미야자키 하야오를 잇는 천재 감독, 빛의 마술사, 배경왕 등 수많은 수식어로 불리며 사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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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을 쫓는 아이: 아가르타의 전설’(2011)

-줄거리

여중생 아스나는 어린 시절 아버지를 잃고 바쁜 어머니 밑에서 자란다. 어느 날, 아스나는 알 수 없는 동물에게 습격을 받는데, 자신 아버지의 유품과 비슷한 목걸이를 하고 있는 소년 슌에게 도움을 받는다. 다음 날 아스나는 학교선생님인 모리사키에게 죽은 사람을 살릴 수 있다는 지하세계에 대한 설화를 듣는다. 그곳은 어제 소년이 말해줬던 그의 고향 아가르타. 하지만 사람들은 그 소년이 죽었다고 한다. 아스나는 그를 찾으러 간 곳에서 소년의 동생 신을 만난다. 신을 슌으로 착각한 아스나는 그들의 집인 지하세계 아가르타로 내려간다. 죽은 아내를 살리기 위해 지하세계로 억지로 들어온 모리사키와 함께 아스나는 모험을 떠나게 된다.

-관전 포인트
1. 첫 어드벤처 애니메이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포스트 미야자키 하야오’라 불리는 이유
이 작품은 감독이 어릴 적 읽었던 이름 모를 아동문학에서 모티프를 얻어 완성한 그의 첫 판타지 어드벤처이다. 죽은 사람을 되살리기 위해 지하세계로 들어간다는 스토리 설정과 함께 삶과 죽음 그리고 그로 인한 상실감과 고독한 감정선을 세세하게 표현해내 찬사를 얻었다. 두 주인공의 흥미로운 모험 스토리는 그동안 일본에서 ‘감성 어드벤처의 대가’로 불린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보여줬던 것과 비슷한 여운을 남겼다. 특히 처음으로 아스나에게 모습을 드러낸 정체모를 동물이라든가 그를 끊임없이 괴롭히는 괴물 이족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떠올리게 한다.

2.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상징물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에는 언제나 철도와 함께 시작되며, 아름다운 시골 풍경과 비ㆍ눈ㆍ꽃ㆍ석양 등 예쁜 작화가 펼쳐진다. 특히 소년ㆍ소년가 현실적이지 않은 믿지 못할 이야기를 쫓는 모습은 한 편의 동화로서 기능한다.

3. 상실을 안고 살아가야하는 인간의 삶은 저주받은 것일까? 아니면 또 다른 축복일까?
아가르타 세계의 문지기인 케찰코아틀은 죽기 전에 자신이 언제 죽을지 안다. 때가 되면 그들은 ‘생과사의 문’을 향해 직접 가서 죽음을 맞이한다. 이와 반대로 모리사키 선생님은 죽은 아내를 살려내기 위해 생과사의 문에 가서 소원을 비는 모습은 인간의 어리석은 모습을 나타낸다. 결국 모리사키는 아내 리사를 불러내는데 성공하지만, 리사는 살아있을 때의 모습이 아니다. 신은 “상실감을 안고 살아가라. 그게 인간의 벌이다”라고 말하고, 아버지와 소년을 잃어봤던 아스나는 “하지만 분명 그건 축복이기도 할 거야”라고 말한다. 아스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상실감을 안고 있지만, 그로 인해 더 큰 성장을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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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어의 정원’(2013)

-줄거리
한여름, 고등학생 타카오는 공원에서 낯익은 어른인 유키노를 만난 후, 비가 오면 그녀를 만나는 것을 기다리게 된다. 신발 디자이너가 꿈인 타카오는 그녀에게 처음으로 자신의 꿈에 대해 이야기 하고, 미각장애를 갖고 있는 유키노는 유일하게 타카오가 만든 도시락만 맛을 느끼게 된다. 장마가 끝나고 학교는 개학을 한다. 타카오는 유키노가 학교 선생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배신감을 느낀다. 결국 두 사람은 헤어지지만, 서로 앞으로 나아가는 연습을 했다는 사실을 마음속에 소중히 간직한다.

-관전 포인트
1. ‘여름과 겨울’, 그리고 ‘비와 햇빛’의 변화와 두 사람 관계의 변화
타카오는 맑은 날엔 지하철을 타고 학교에 가지만, 비 오는 날엔 빗속을 거닌다. 여름이 시작되는 6월, 타카오는 우연히 비오는 날 공원에서 마주친 어른인 유키노를 만난 이후엔 더욱 비가 좋아진다. ‘비’는 타카오와 유키노를 만나게 해주는 매개체이자 두 사람이 현실과 떨어져 그들만의 세상으로 들어오는 순간을 만들어주는 선물이다. 7월, 장마가 쏟아지고, 두 사람은 서로에게 위로를 받으며 가까워진다. 장마가 끝나고 무더위가 시작되는 8월에 타카오는 유키노가 학교 선생인 것을 알고 배신감을 느낀다. 유키노는 타카오의 고백을 거절하는데, 타카오에 의해 얼마나 자신이 위로를 받았는지 깨닫는 순간, 여우비(햇빛이 내리쬐는 가운데 내리는 비)가 내린다. 이후 두 사람이 헤어지지만, 눈이 오는 날 타카오는 “언젠가 좀 더 멀리 나아갈 수 있게 된다면 만나러 가자”고 다짐한다.

2. “구두는 날 다른 곳으로 데려다 준다”, 두 사람을 위로해준 매개체 ‘신발’
타카오는 구두 디자이너가 꿈이다. 타카오의 형마저도 10대의 꿈은 내일이라도 바뀌는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하지만 꿈을 위해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하고 디자인 공부를 따로 하는 타카오를 위해 유키노는 디자인 책을 선물하고 응원한다. 상처를 받아 직장까지 그만둔 유키노는 타카오에게 “어느 샌가 앞으로 나아갈 수 없게 됐어”라고 털어놓는다. 신발은 타카오에게도 유키노에게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희망이 되어주는 매개체이며, 결국엔 그들을 위로해준 본질은 서로였던 것이다. 이후 유키노에게 고백을 거절한 타카오가 가버리자, 유키노는 신발도 신지 않고 그를 붙잡으러 뛰어가고, 타카오에에 “나아가는 연습을 한 건 나도 마찬가지였다”라고 고백한다.

3. 싱크로율 100%의 신주쿠 공원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작화의 신’이라고 불릴 정도로 실제 장소와 싱크로율 100%의 장소를 그려냈는데, 배경이 된 신주쿠 공원은 많은 관광객들이 영화의 여운을 느끼기 위해 찾는 명소가 되었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