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금융 당국이 비대면 실명 확인을 통한 계좌 개설을 허용하면서 1년 사이에 비대면 계좌가 73만건을 넘어섰다. 그 가운데 58만건이 증권사를 통해 개설됐다. 은행권 대비 네 배 수준이다.
바이오(생체인증), 전자문서, 모바일 뱅킹 애플리케이션(앱) 등 정보통신(IT)이 금융 인프라를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금융실명제의 유일 솔루션이던 대면 거래가 비대면 채널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다.
17일 금융 당국은 이런 현실을 반영, 비대면 인증 확대를 위한 제도와 법령을 대폭 정비한다.
정부가 올 상반기 중에 비대면 거래 때 전자문서에 의한 동의 방식을 허용한다. 비대면 거래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인증, 본인 확인 등 관련 규제도 전면 재검토한다.
법인기업과 시각장애인도 앞으로는 비대면 실명확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금융위원회는 이달 법인에 대한 비대면 실명 확인 절차를 마련하고 장애인, 고령자 등 취약 계층 편의 증진을 위한 권고 규정도 신설했다. 우리은행이 국내 최초로 비대면 방식을 적용한 법인 계좌 개설 업무를 시작했다. 다른 은행도 도입할 예정이다.
정부도 비대면 인증 서비스를 대폭 늘린다.
미래창조과학부 주도로 정부 주요 운영 사이트에 생체 인증 등 신규 본인 확인 서비스를 접목, 사용자 중심 인증 채널 다양화를 꾀한다. 이후 무인발급기, 현금인출기, 모바일인증, 전자여권 등으로 신규 온라인 인증 채널을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올해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등으로 비대면 실명 확인을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가 출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권은 비대면 방식을 적극 활용, 계좌 이동제에 대응할 방침이다. 제2 금융권도 지점 접근성 보완을 위한 비대면 상품 등을 앞다퉈 개발하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상반기 은행 비대면 채널 전용 상품 판매 금액이 전년 대비 25% 증가했다”면서 “비대면 실명 확인 도입으로 소비자 금융 편의성을 높이고, 금융권 내 경쟁과 혁신을 촉진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사별 비대면 활용 계획(자료 : 금융위원회)>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