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칼럼]머니(Money) 2020이 던진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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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세계 최대 핀테크 콘퍼런스 `머니 2020`이 열렸다. 당시 국내의 다수 금융기관도 세계 핀테크 동향을 경험하기 위해 미국을 찾았다.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와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콘퍼런스가 최신 정보기술(IT) 체험 현장이라면 머니 2020은 금융과 IT 융합 사례를 경험하는 마당이다.

그런데 당시 행사장을 찾은 국내 은행들은 충격에 빠졌다. 한국이 핀테크 산업 육성을 주창 할 때 이미 해외 시장은 전통 금융을 파괴하고 다수의 은행들이 스타트업 모델에 종속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대표 사례가 은행 텃밭으로 불리던 송금 사업이다. 콘퍼런스 첫날 키노트에서 얼리워닝사는 모바일 송금 결제인 `Zelle`를 런칭한다고 발표했다.

은행 계좌를 기반으로 휴대폰이나 이메일로 송금할 수 있는 서비스다. Zelle라는 명칭은 Elegant(우아), Speed(스피드), Agiility(기민)의 의미를 담았다.

지금까지 뱅크오브아메리카, 체이스 등 참가 은행들이 모바일 송금결제 서비스를 독자 제공하고 있었지만 Zelle 론칭으로 모든 은행이 이 플랫폼을 사용하는데 합의했다.

왜 미국 은행은 Zelle를 품은 걸까.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핀테크 모바일 송금 결제가 위협으로 작용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페이팔 산하 벤모(Venmo)나 스퀘어 캐시 등 인기가 높은 편인 개인 간 송금 서비스가 출현하면서 은행 송금 고객을 빼앗아 갔다.

또 하나는 송금 서비스를 통해 돈을 벌 수 없다는 점이다. 개인 간 송금 무료 서비스가 출현하면서 유료를 유지해 오던 은행 송금은 외면당했다. 은행은 또 다른 선택을 해야 했다. 경쟁 관계에 있던 은행이 공공의 적을 앞에 두고 하나의 브랜드를 공유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탄생한 것이다.

같은 날 키노트에서 비자는 블록체인을 활용한 은행 간 네트워크 `VISA B2B Connect` 구상을 발표했다. 은행 간 네트워크의 새로운 재편을 예고했다.

결제 플레이어들은 이제 네트워크의 근본부터 재검토하는 시대로 진입했다. 은행과 스타트업의 송금 플랫폼 모델만 보더라도 경쟁과 마찰을 줄이고 이익을 재분배하려는 치밀한 계산 전략이 맞물려 있다.

한국은 어떤가. 정부 중심의 핀테크 규제 완화를 지속 외치지만 제도 미비와 사업자 간 불균형으로 성공 모델은 전무하다. 정부는 올해 핀테크 지원 종합 체계를 구축하겠다며 `핀테크 2단계 발전 방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현실에선 비트코인을 활용한 송금 기업이 불법 환치기 사업자로 내몰리고 개인간거래(P2P) 카드 사업 모델을 개발한 스타트업은 `불법 카드깡` 기업으로 분류됨으로써 수년째 사업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

특출한 기술을 고안해 내면 정부 산하기관과 대형 은행이 이를 베끼거나 가로채는 일도 증가하고 있다.

경쟁과 마찰을 경감하고 처음부터 핀테크 사업 네트워크를 재검토하는 방안이 시급하다. 현행 핀테크 육성 방안은 칼자루만 있고 칼은 없는, `장식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다기망양(多岐亡羊). 달아난 양을 찾다가 여러 갈래 길에서 길을 잃었다는 뜻으로, 학문의 길이 나누어져 진리를 찾기 어렵다는 의미다. 한국 핀테크 산업의 현실이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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