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전자회로 제조에 쓰이는 국산 방열재료가 또 한 번 진화했다. 방열 성능이 약 50% 개선된 것은 물론 더 자유로운 가공이 가능해졌다. 회로 고집적화에 따라 고성능 방열재도 수요가 늘 것으로 기대된다.
영일프레시젼(대표 주동욱)은 최근 열전도도 7와트(W)급 방열 컴파운드 개발에 성공했다고 8일 밝혔다. 이번에 개발한 방열 컴파운드는 구리스와 접착제 타입으로 가공할 수 있다. 수 키로그램(㎏) 단위로 양산해도 열전도도와 점도, 접착성 등 주요 물성이 재현됐다.
방열 컴파운드를 접착제로 만들면 반도체 패키지 내부에 들어가는 방열계면물질(TIM·Thermal Interface Materials)로도 활용할 수 있다. 기존 제품은 구리스 타입이어서 반도체 패키지 외부에만 제한적으로 쓰였다.
방열 성능은 기존보다 50% 향상됐다. 열전도도가 5W에서 7W로 상승하면 이론상 50% 빠르게 열을 방출할 수 있다. 같은 조건에서 물질만 바꿔도 열 분산, 방출, 냉각 속도를 높일 수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방열재료는 반도체, 전자회로 고집적화에 따라 수요가 늘 수 밖에 없다. 열 발생 요인은 많아지고 냉각 통로는 좁아지기 때문이다. 고출력 발광다이오드(LED), 태양광 모듈, 레이저 장비 제조에도 방열재료가 필수다.
영일프레시젼은 원래 반도체 패키지 위에 붙는 방열판(플레이트)을 전문으로 제조했다. 회로 고집적화에 따라 물질 자체로 방열 성능을 구현하는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예측, 신사업에 뛰어들었다.
주제욱 영일프레시젼 연구소장은 “반도체, 전자 업계에서는 제품 온도를 10도 낮추면 수명이 2배 늘어난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면서 “제품 스펙이 높아질수록 고성능 방열 재료에 대한 요구가 많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일프레시젼은 연구개발(R&D) 속도가 빠른 편이다. 지난해 5W급 방열 구리스 상용화에 성공했다. 외산 독식이 심한 소재였지만 약 30% 싼 가격에 유사 성능의 제품을 내놨다. 약 1년 만에 성능을 개선한 7W 방열 컴파운드 역시 경쟁력 있는 가격에 출시할 계획이다.
방열 접착재료는 실리콘 수지에 고방열 필러를 첨가해 만든다. 이번 신제품에는 알루미나 외에 실리콘카바이드(SiC) 성분을 추가로 투입했다. 두 물질 최적 배합을 찾아 열전도도를 개선했다.
문제는 많은 필러가 투입되면서 높아진 점도를 잡는 것이었다. 개발 초기 40만cps에 이르던 점도를 15만cps까지 낮췄다. 15만cps는 치약과 유사한 점도여서 실제 산업 현장에서 무리 없이 쓸 수 있다.
주제욱 소장은 “아무리 열전도도가 좋아도 고객이 사용하려면 실제 공정에 적용할 만큼 점도가 낮아야 한다”면서 “현재 개선된 점도는 한 번 바르고 넓게 퍼뜨리는 공정이면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