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기고>정부 조직구조, `가 본 적 없는 길`을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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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형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올해 가장 많이 회자될 문장은 `가 본 적 없는 길`일 듯하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중국의 구조 개혁,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영국의 브렉시트(EU 탈퇴) 등 세계 경제는 이미 가 본 적 없는 길에 들어섰다. 국내는 정치 분야에서 그동안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전혀 새로운 상황을 겪고 있고, 경제 부문에서는 유례를 찾기 어려운 큰 변혁기를 마주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길을 어쩔 수 없이 가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다. 지난 몇 년 동안 내수와 수출 부진, 구조조정 리스크 확대에 보호무역과 신고립주의 확산까지 겹쳤다. 계속되는 내우외환 시대를 그동안 근근히 버텨 왔지만 이제는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성조차 찾지 못하는 현실이다.

여기에 지난 50년 동안의 대기업 중심 경제 체제로 인한 고용 없는 성장과 국민소득 정체, 경제의 이중 구조 심화라는 근본 한계가 우리 경제 저변에서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은 채 자리 잡고 있다.

그렇다면 전환기 한국 경제의 방향성 제시와 중소기업·소상공인이 중심이 된 지속 가능한 균형 성장 토대를 이룰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바로 정부 조직 구조다. 정부 조직 구조만큼 강력한 수단은 없으며, 그 어떤 정책보다도 중요하고 우선된다. 정부 조직 구조는 정부의 철학과 강력한 정책 추진 의지를 그대로 보여 주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고용 창출과 임금 양극화 완화 및 균형 성장을 이뤄 갈 중소기업 중심 경제 구조, 즉 모든 경제 주체가 동등하고 공정한 대우를 받는 `바른시장 경제` 체제로 바뀌어야 하는 과정에서 정부는 조직 구조 개편을 통해 우리 경제의 미래에 대한 철학과 정책 의지를 보여 줘야 한다.

중소기업 정책은 지난 수십년 동안 산업 관련 부처의 1개 국에서 담당했다. 중소기업 정책을 전담하는 별도 기구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도 중소기업특별위원회 설치와 폐지를 거쳤고, 차관급 독립형 외청 성격인 지금의 중소기업청이 전담하고 있다.

중소기업계는 전문성, 차별성, 독립성을 확보하면서 미래의 정책 수요를 대응할 종합 정책 관리가 가능한 장관급 중소기업부 설치를 계속 요구해 왔다. 그동안 여러 이유로 중소기업부 설치가 미춰졌지만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차관급 외청으로는 위기 상시화 시대에 거센 풍랑을 헤쳐 나가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인이 2017년 키워드로 선정한 사자성어가 파부침주(破釜沈舟)다. 전투에 앞서서 밥솥을 깨고, 타고 온 배를 가라앉혀서 배수의 진을 치고 결전을 각오한다는 의미다. 살아 돌아오길 기약하지 않고 결사의 각오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간다는 중소기업인의 다짐에 정부와 국회가 응답할 때다. 가 본 적 없는 길이라고 해서 이번에도 중소기업부를 포기할 것인가. 아직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우리 경제의 주체가 아닌 산업과 대기업의 하부 단위로 생각하고 있는가.

이제 정부 조직 구조로 보여 줘야 할 때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