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MBC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는 2016년 한 해 동안 수많은 ‘라디오스타의 자식’을 배출했다. 하지만 MBC는 효자 ‘라디오스타’를 잊었다.
지난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공개홀에서 2016 MBC 연예대상이 생방송으로 진행됐다. 사회는 김성주, 전현무, 이성경이 맡았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유재석이 대상을, ‘무한도전’이 올해의작품상을 수상했다. 11년째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MBC 대표 예능프로그램이 차지한 당연한 결과였다. ‘무한도전’ 4관왕 외에도 ‘복면가왕’은 5관왕, ‘진짜사나이’는 4관왕을 수상했다. 의외로 ‘우리결혼했어요’에서도 수상자를 많이 배출했고, 정준하, 김성주, 이국주는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라디오스타’는 김구라가 PD상, 윤종신이 특별상 탔을 뿐이다. 이에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너무 홀대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김구라와 윤종신이 탄 PD상과 특별상은 대상, 최우수상, 우수상, 신인상과는 별개로 주는 번외 상이다. 지난해 PD상은 ‘라디오스타’ MC 전체가 수상했었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인 빛 좋은 개살구 상일뿐이다.
김구라는 MBC에서 ‘복면가왕’과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도 출연하지만, ‘라디오스타’의 아이콘이다. 윤종신은 특별상 수상 후 ”김구라의 대상 2연패를 축하하러 왔는데, 김구라가 PD상을 받는 거 보니까 대상은 그른 것 같다. 나는 특별상을 받았다. ‘라디오스타’를 홀대하는 게 아닌가 하는 마음이 든다“고 씁쓸함을 전했다. 시상식 초반이었기 때문에 그의 발언은 시청자들을 의아했지만, 결국 그의 말대로 ‘라디오스타’에게 더 이상의 상은 없었다.
이어 윤종신은 “B급 네티즌들이 가만있지 않을 거다. 모래알 같은 우리 팬들이 일어날 때가 됐다. 농담이다”면서 “나는 티 안 나게 스며들 듯 방송하는 게 모토인 사람인데, 이렇게 티 나는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 나는 25년 간 MBC와 함께 해왔다. 영광스럽게 상 받도록 하겠다”고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김구라는 시상을 하는 자리에서 ‘나 혼자 산다’로 인기상을 수상한 한혜진에게 “‘나 혼자 산다’는 얼마나 한 번씩 녹화해요? 한 번 녹화하면 몇 회나 뽑아요?”라는 질문을 했고, 한혜진은 “2~3주에 한 번 녹화한다”고 대답했다. 평소와 같은 직설적인 질문이었지만, 사실 뼈 있는 질문이었던 것이다. ‘라디오스타’는 원칙상 매주 1번 진행된다. 그렇다고 그를 속 좁게 볼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라디오스타’는 자신들이 자부할 정도로 올 한 해 ‘열 일’ 했기 때문이다. ‘라디오스타’는 MBC 평일 예능 중에서는 유일하게 동시간대 1위를 지키는 능력 있는 효자다. 시청률 7~10%를 유지 중인데, 이는 최근 평일 11시대 예능프로그램에서 얻기 힘든 수치다.
게다가 ‘라디오스타’는 양세형-박나래-차오루-한동근 등 다른 방송사에서 많은 주목을 받지 못한 연예인들을 앞으로 끌어온 장본인이다. 본인들 입으로 “‘라디오스타’의 아들ㆍ딸”이라고 말할 정도로 새로운 연예인을 배출하는데는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올해 ‘라디오스타’가 10주년을 맞이한 것이다. MBC의 대표프로그램 ‘무한도전’과는 겨우 1살 차이다. MBC의 또 다른 대표 프로그램 ‘황금어장’이 사라진 후, ‘라디오스타’는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상에 연연해 할 필요는 없으나, 10년 동안 제 자리를 지켜온 사람들에게는 분명 힘 빠지는 일이었다.
이날 또 다른 MC 김국진과 규현은 우수상 뮤직토크쇼 부문에 올랐었다. 5년 동안 ‘라디오스타’의 막내로서 제 몫을 한 규현은 내년에 군대에 간다. 하지만 그에 대한 배려도 없었다. 규현은 이날 최우수상을 시상하러 나섰는데, 그가 나서기 직전 ‘복면가왕’의 유영석, ‘진짜사나이’의 허경환이 우수상을 수상했다. 우수상 후보자가 최우수상 시상자로 나서는 순서라면, 그가 우수상을 받지 못하는 건 확실시 되는 상황이다. 본인도 예측했을 부분으로, 분명 기분 좋은 시상식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라디오스타’는 활약했다. 이번 MBC 연예대상의 최고 관전 포인트는 대상 후보였던(PD상에 그쳤지만) 김구라의 공연이었다. 4명의 대상 후보 중 가장 먼저 나선 김구라는 걸그룹 트와이스로 변신해 완벽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평소 춤과 노래를 보여주지 않았던 김구라였기에 트와이스 특유의 깜찍한 안무를 소화하는 모습은 충격에 가까웠다. 현장에서 동료들조차 모두 일어서서 봤을 정도로 쉽게 잊히지 않는 무대를 선사했다.
그래도 ‘라디오스타’ 덕을 본 사람들은 그들을 언급하며 위로했다. 양세형은 “‘라디오스타’ 2회분이 나가면서 다른 곳에서의 방송도 늘어났다”고 말했고, 차오루는 ‘우리결혼했어요’ 이야기보다 ‘라디오스타’ 이야기를 더 많이 했다. 차오루는 “‘라디오스타’ 나오고 나서 세상이 아름다워졌다. ‘라디오스타’ 아니었다면 지금 이 순간에도 짜장면 먹으면서 텔레비전 보고 있을 것이다”며 현재의 위치에 설 수 있도록 밑거름이 되어준 ‘라디오스타’에 대한 감사함을 전했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