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영화 ‘마스터’의 조의석 감독은 김우빈 캐스팅 후 “알아서 잘 할 거잖아”라고 말했다고 한다. ‘마스터’에는 ‘연기의 신’ 이병헌과 독보적인 캐릭터를 가진 강동원까지 대한민국을 이끄는 대표 배우들이 출연한다. 이들이 먼저 출연을 결정했고, 여기에 20대 젊은 피 김우빈이 합세했다. 김우빈은 이런 상황에 대해 “부담스러웠다”고 하면서도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쟁쟁한 선배들 사이에서도 그는 눌리지 않고 자신만의 아우라와 연기를 펼쳐냈다.
극중 김우빈이 맡은 박장군은 희대의 사기꾼 진현필(이병헌 분)의 오른팔이자 브레인이지만, 뒤통수를 칠 준비를 하는 인물이다. 뺀질거리면서 잔머리를 굴리는 모습은 앞서 영화 ‘기술자들’, 드라마 ‘상속자들’ 등 지금의 김우빈을 있게 해준 작품 속 모습과 비슷하기도 하다.
“작품 선택 순간에는 계산을 하지 않아요. ‘예전에 어떤 것을 했으니까 이번엔 안 해야지’ ‘이쯤엔 이걸 해야겠다’라는 생각은 안 해요. 그냥 작품만 봐요. 제가 재밌고 공감할 수 있고, 캐릭터가 궁금해지면 하는 건데, ‘마스터’는 세 가지 모두가 다 잘 맞았어요. 거기다가 선배들이 하신다고 하니까 더 좋았죠.”
“제가 생각한 장군이는 원래 평범한 컴퓨터 전공자였을 것 같아요. 우연히 전공을 살려서 불법 서류 같은 것을 만지기 시작하다가 어느새 사기 단위가 커진 거죠. 자신도 모르게 목표가 생겨서 500억이 돈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데, 그러다가 재명(강동원 분)을 만나면서 또 다른 생각을 하게 되는 친구라고 봤어요.”
‘마스터’는 세 남자가 서로 물고 물리는 이야기다. 어느 한 명이라도 자기 역할을 해주지 못하면 영화는 힘을 잃고 만다. 특히 김우빈은 가장 많은 사람을 만나기 때문에 상대에 따라 호흡을 달리 해야 했다.
“장군이는 욕심나는 캐릭터였어요. 시나리오 상 가장 분량이 많았고, 가장 많은 사람을 만나니까요. 많은 인물을 상대하기 때문에 사람마다 차이를 둬야 했어요. 특히 안경남(조현철 분)의 경우엔 20대 친구잖아요. 장군이가 사회생활을 오래 했지만 친구를 만날 때는 특유의 20대만의 느낌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즉흥적으로 마음을 표현하고 표정도 드러내죠. 조금 아이 같은 모습이랄까. 선배들과 연기를 할 때는 열린 마음으로 현장에 갔어요. 제가 틀을 가지고 가면, 선배들 연기에 반응할 수 없으니까요. 선배들을 잘 보고 듣고, 그 연기를 기초해서 하려고 했어요.”
이병헌-강동원-김우빈이 중심인 영화이지만, 김우빈은 세 남자 중 가장 입체적인 인물이다. 이병헌과 강동원 사이를 오고가야 하는 복합적인 캐릭터이기 때문에 배우에게는 매력적이었지만, 도전이기도 했다.
“그래서 궁금했어요. 장군이는 누구 편일까. 다만 부담은 컸죠. 조금만 잘못해도 흐름이 깨질 것 같은 느낌이었거든요. 조금 더 집중하려고 했죠. 관객들이 장군이를 보고 자꾸 헷갈렸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어요. 제가 처음 시나리오를 보면서 느꼈던 감정처럼요. 곧 뒤통수치겠는데 싶다가도 그 다음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요. 감독님과 상의도 많이 했고 어떤 장면은 일부러 애매하게 연기하기도 했어요.”
과거의 김우빈은 한 작품에 들어가기 전에 캐릭터에 대한 백문백답을 만들면서 캐릭터의 빈 공간을 채워갔었다. 지금의 김우빈은 백문백답을 하지 않고, 오히려 빈 공간을 둠으로써 캐릭터를 열어놓는다. 조금 더 자유롭고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작성하지 않아요. 캐릭터 일대기는 생각하지만, 너무 틀을 만들어 놓으면 안 될 것 같더라고요. 그동안은 제가 생각한 것과 작가님 의도가 잘 만나서 괜찮았는데, 문득 무서워졌어요. 혹시나 제가 잘못된 생각으로 캐릭터를 결정해버리면 큰일이 날 수도 있구나 싶더라고요. 다만 캐릭터를 맡으면 그 인물로 살아가려고 해요. ‘장군이라면 이렇게 하겠다’라면서 열린 마음으로 현장에서 유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요.”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