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정현의 블랙박스]<14> 새해 게임업계, `줄탁동시` 한 해가 되길

`줄탁동시(〃啄同時]`. 병아리가 알 속에서 껍질을 깨고 나올 때 어미 닭과 병아리가 힘을 합쳐 껍질을 쫀다는 의미다.

병아리가 껍질 안에서 쪼는 것을 `줄`이라 하고, 어미 닭이 바깥에서 쪼아 깨뜨리는 것을 `탁`이라 한다.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는 과정은 산고에 비견할 만하다. 병아리는 아직 채 여물지 않은 부리로 딱딱한 껍질을 깨고 나와야 한다. 여기서 어미 닭의 역할도 병아리를 도와주는 것이지 병아리를 대신해 일해 주는 것은 아니다.

병아리는 세상에 나오기 위한 처절한 투쟁을 벌어야 하는 것이다. 만일 병아리가 병들었거나, 쪼다가 중간에 기운이 소진하면 그 병아리는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한다. 그 점에서 병아리와 어미 닭의 `줄탁`은 생사를 건 처절한 사투다.

줄탁이 산고이자 사투라는 점을 생각하면 올해의 게임업계에 줄탁동시를 붙이는 것이 사치일지 모른다. 줄탁동시 보다는 `줄줄개별(〃〃個別)`이나 `미줄개별(未〃個別)`이라는 표현이 더 맞을 지도 모른다. `줄줄개별(〃〃個別)`이란 혼자서만 쪼고 있다는 의미이고, 미줄개별(未〃個別)이란 혼자서도 쪼지 않고 그냥 있다는 의미로 필자가 한번 만들어 본 사자성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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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정현 중앙대 교수

올 한해 게임산업은 게임사 혼자만 계란 껍질을 쪼는 형국이었다. 함께 쪼아야 할 정부는 게임사라는 병아리를 도와주지 못했다.

게임업계 내부를 들여다봐도 아쉽다. 게임사 중에서 알을 깨고 나올 힘이 있는 억센 병아리는 알 속에서 자고 있다. 힘이 약한 병아리는 필사적으로 알을 깨고 나오려 했으나 역부족으로 끝난 한 해이기도 했다.

알을 깨고 나온 병아리도 성과는 크지 않았다. 올해 VR나 모바일게임, 온라인게임은 외형적으로는 확대되었지만 눈에 띄는 성과는 없었다.

이 병아리들이 한국 병아리를 노리고 저 멀리 선회하는 외국 독수리와 싸울 힘도 부치다. 이 모든 것이 1990년대 후반 온라인게임이 파죽지세로 뚫고 나오던 형세와 다르다.

2017년 정유년 게임산업은 자욱한 안개로 덮였다. 하지만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주인공 스칼렛 오하라의 명대사처럼 `내일은 내일의 해`가 떠오르는 법이다.

새해에는 정부와 업계가 힘을 모아 새로운 혁신의 계란을 깨고 나오는, 말 그대로 `줄탁동시`의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해 보자.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jhwi@ca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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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방에서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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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4D VR 게임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했다. 15일 미디어프론트 직원이 일본 게임센터 `VR 파크 도쿄`에 설치한 `4DVR 고공탈출 게임`을 시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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