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리뷰┃‘걱정말아요’] ‘퀴어’라고 예뻐야 하나요?…솔직함과 당당함을 그려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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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레인보우팩토리 제공

[엔터온뉴스 이예은 기자] 대중의 이해를 바라지 않는 솔직한 퀴어 영화 한 편이 등장했다. 영화 ‘걱정말아요’는 어떤 일련의 사건을 펼쳐놓고 “우리를 인정해주세요”라고 강박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 욕망, 사랑, 갈등과 공감을 비춘 세 개의 작품을 한 편으로 엮었다.

첫 번째 에피소드인 ‘애타는 마음’에서는 성적 욕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택시 운전수인 춘길(정지순 분)은 외로운 ‘몸’과 ‘마음’을 달래기 위해 종로로 나선다. 함께 밤을 지새울 남자를 물색하던 중, 바람난 애인을 쫓고 있는 현준(이시후 분)을 보고 반한다. 시작은, 성적 욕망의 발현이지만 결국 그에게 마음까지 빼앗겨 버린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려냈다.

춘길이 현준을 사랑해서인지, 오로지 자고 싶어서 애타는 마음인지 우리는 처음에 쉽게 가늠할 수 없다. 하지만 둘 중 어느 것이 맞는 지는 중요하지 않다. 소준문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쉬쉬하며 섣불리 말로 꺼내지 못하던 이야기를 양지로 끌어올려 정면 돌파했다. 혹자는 춘길의 섹스어필의 과정이 불쾌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마냥 예쁜 시작이 아닌 관계도 있다는 것을 가감 없이 드러내며 다양성을 살렸다.

정지순은 극중에서 대사 하나 없이 눈빛으로만 연기한다. 이후 내레이션 작업을 통해 우리는 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첫 성소수자 역할에 도전한 정지순은 춘길 역할 그 자체로, 완벽히 소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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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레인보우팩토리 제공

두 번째 에피소드 ‘새끼손가락’은 동성 간의 일상 연애를 충실하게 그려냈다. 동성애자 인권단체에서 일하고 있는 혁(권기하 분)과 준(이준상 분)은 연인사이다. 어느 날, 사무실로 혁의 옛 연인 석(박정근 분)이 찾아오고 둘의 어색함은 과거의 관계를 추측하게 한다. 실제 김현 감독의 이야기를 다룬 만큼, 일상적이며 ‘우리들의 이야기’라는 부제목에 충실하다. 등장하는 장소는 한정적이지만 소소한 짜임새를 갖췄다.

남성 간의 사랑을 그려내 ‘퀴어’라는 타이틀이 수반되었을 뿐, 붙이지 않아도 우리는 이들의 관계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사랑에 빠지고 갈등 이후 이별을 그린 서사가 남다를 것 없다. 이 때, 입체적으로 다가오게 하는 힘은 배우들의 연기지만 풋풋함보다 어색함이 더 큰 연기는 아쉬움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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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레인보우팩토리

세 번째 에피소드 ‘소월길’은 ‘LGBT’중 ‘T(트렌스젠더)’를 다룬 작품이다. 엄마인 점순(박명신 분)은 아들을 위해 식당일을 한다. 그러나 밤에는 남몰래 몸을 파는, 일명 ‘박카스 아줌마’로 변한다. 그리고 건너편에서 같은 일을 하는 젊은 여성 은지(고원희 분)는 완벽한 여자의 몸이 되길 바라는 트랜스젠더다. 몸을 상품화 시키는 것도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둘은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위로하지만 말미에 주는 반전이 그들을 갈등으로 몰고 간다.

많은 사람들은 사회 속 소수자인 ‘LGBT’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그것은 그 상황에서 ‘본인’을 배제했을 때 더 쉽게 가능하다. 막상 자신에게 닥쳤을 때, 조금이라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힘을 과연 모두가 지녔을까. ‘소월길’의 마지막까지 두 사람에게 공감하고 가슴이 찡해오는 건, 이러한 심리 갈등을 훌륭하게 표현해냈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재용 감독의 ‘죽여주는 여자’에서도 ‘박카스 아줌마’가 잘 묘사되었지만, 이 영화는 조금 더 아기자기하고 나약하게 표현했다. 큰 표정 변화 없이도 감정의 굴곡을 잘 나타내는 배우 박명신의 연기 공이 크다.

영화 ‘걱정말아요’ 속 작품들은 ‘퀴어’를 대단한 무언가로 표현하지 않았다. 많이 투박하지만, 그래서 더 담백하다. 틀리다고 취급 받는 사람들의 모습을 단순히 ‘다름’으로 구분지어 잔잔하게 그려냈다. 평범한 우리의 일상과 별 다를 바 없이 따뜻하게 담아낸 ‘걱정말아요’는 내년 1월 5일 개봉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