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유엠(대표 전성원)은 차량용 커넥터 전문 개발 기업이다. 주력 제품은 자동차용 방수 및 비방수 커넥터, 밴드 케이블이다. 1987년 창업 이후 30년 가까이 한 우물을 우직하게 파고 있다.
1980년대만 하더라도 국내 자동차 배선 분야, 특히 커넥터 기술력은 매우 낮은 상황이었다. 당시에는 방수 커넥터 개념조차 없었다.
커넥터는 자동차 내 전자장비(이하 전장) 부품을 제자리에 정확하고 단단하게 고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배선과 배선을 연결하고, 전장 부품의 신호를 받아 전원을 공급한다.
“자동차는 잘 닦인 도로뿐만 아니라 비포장 도로도 주행합니다. 이때 자동차 내구성이 그대로 드러나게 되며, 가장 먼저 영향 받는 지점이 부품 간 연결 상태입니다.”
전성원 사장은 25일 “당시 방수 커넥터가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면서 “이후 방수 커넥터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설명했다.
커넥터가 자동차에 필요한 기본 부품이라면 밴드케이블은 자동차의 전장화와 함께 크게 성장한 시장이다.
밴드 케이블은 자동차 패널에 고정시켜 운행 중 진동에 의한 흔들림과 패널에서 유입되는 소음을 방지하는 역할을 하는 부품이다. 자동차용 밴드 케이블은 차갑거나 열이 많은 환경 속에서 진동과 파손에 강해야 한다. 굴곡에 대한 유연성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 케이블과는 차별화된다.
현재 600억원 규모의 국내 시장에서 케이유엠이 차지하는 시장 점유율은 90%에 이른다.
그러나 후발 업체의 저가 공세에 직면하면서 밴드케이블 원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만 했다. 문제는 캐비티(Cavity) 생산 시스템 고도화에 필요한 기술과 자금이었다. 캐비티는 제품이 형성되는 공간으로, 캐비티가 많을수록 동일 시간에 더 많은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전 사장은 “기존의 8캐비티 생산 시스템을 16캐비티 및 32캐비티 생산이 가능한 고생산성 금형 시스템으로 개발·전환하는 등 제품 제조 원가 절감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면서 “그러다가 자금과 기술 지원이 매우 절실해졌다”고 회상했다.
케이유엠이 중소기업청의 기술혁신개발 사업에 지원한 이유다. 이 회사는 2009년 5월부터 2011년 7월까지 이 사업을 통해 제조 원가를 대폭 절감시킬 수 있는 금형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었다.
열원 및 냉각 최적화, 진공 성형, 다면 사출 등을 접목한 시스템은 밴드케이블같이 얇고 긴 제품을 한 번의 사출로 대량 생산할 수 있다.
특히 기존의 생산 방식에 비해 4배가 되는 수량을 동일 시간에 만들어 낼 수 있게 됐다.
생산설비, 금형, 생산 인원 절감 효과도 25%나 됐다. 전력과 원재료, 주변 설비에 투자하는 비용도 크게 줄일 수 있게 됐다.
“초과 공급 요청이 발생할 경우에도 다량의 제품을 짧은 시간에 생산할 수 있게 됐습니다. 생산 규모의 확장 없이 공급 납기를 원활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된 거죠.”
케이유엠은 현재 양산하고 있는 70종의 밴드 케이블 가운데 10종 이상을 다수 캐비티 사출 금형 시스템으로 전환했다. 양산 물량이 일정 규모 이상 되는 제품은 16캐비티 이상 방식으로 지속 변경할 계획이다.
이 방식을 채택하면 연간 약 80억원 이상의 원가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케이유엠은 기술혁신개발 사업 참여 이후 매출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 2012년 1400억원이었던 매출은 2015년 185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스마트카 등장이 가시화되면서 밴드케이블 시장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케이유엠은 사업을 통해 확보한 원가 경쟁력을 바탕으로 수입 저가 제품 공세로부터 시장을 지켜 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고품질을 유지하면서 제품 원가를 낮게 구현할 수 있는 제품을 중국 내 계열사에 공급, 중국 시장으로까지 영업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오는 2020년까지 5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전 사장은 “회사 성장을 위해 기존 방식에 대한 고정 관념을 버리고 자체 연구개발(R&D) 능력을 향상, 혁신 아이템을 개발할 방침”이라면서 “국내 자동차용 커넥터 시장을 선도하고 해외 시장을 확대,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