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임금인상, 조종사 유출 막고 비행안전 위한 것"

대한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이 임금인상을 통해 조종사 유출을 막기 위해 이번 파업에 돌입한다고 강조했다. 조종사 유출은 결국 비행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중국 등 해외에서는 조종사들에게 대한항공보다 2~3배 높은 임금을 주기 때문에 조종사 유출이 가속화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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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쟁을 펼치고 있는 이종호 대한항공 일반노조 위원장(좌)과 이규남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위원장(우)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21일 서울 강서구 한국민간조종사협회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회적 책임을 저버리고 사주 일가와 임원들 이익에 골몰하는 대한항공을 바로잡기 위해 11년 만에 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2015년 임금협상과 관련해 작년부터 사측과 갈등을 벌이다 올해 2월 20일부터 쟁의 행위에 돌입했으며 지난 7일 최종 협상이 결렬되자 파업을 결정했다. 당초 임금 인상률을 37%로 요구했다가 29%로 수정했으나 사측이 기존의 1.9% 인상안을 고수 하면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노조는 22일 오전 0시부터 31일 자정까지 파업에 돌입한다. 22일 오전 10시에는 서울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 앞에서 파업 출정식을 연다.

이규남 노조위원장은 “임금 인상률 수치는 대한항공 조종사의 근로 환경을 국제 노동시장에 맞게 조정해달라는 뜻이자 회사 임원들에만 적용된 고액의 임금 인상률을 상징적으로 의미하는 것”이라며 “회사가 단돈 1000원이라도 수정안을 제시하면 파업을 접겠다고 수차례 밝혔지만 결국 거부당했다”고 말했다.

노조는 대한항공이 10년간 계속 조종사의 실질임금을 깎아 외국과 2∼3배까지 임금 격차가 벌어지는 바람에 유능한 조종사가 대거 유출된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특히 중국 항공시장이 급격히 팽창하면서 조종사 수요가 늘자 높은 임금을 제시받은 국내 조종사 수백명이 수년간 빠져나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노조는 회사가 이렇게 발생한 빈자리를 경력이 적은 외국인 파견 조종사로 대체하고 있으며, 이것이 비행안전에 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항공업은 2010년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돼 조종사의 파업 참여율이 제한된다. 대한항공은 비행이 가능한 전체 조종사 2300여명 중 20%가량인 480여명만이 참여할 수 있다.

이규남 위원장은 “파업 장기화를 원하는 것이 아니므로 사측이 임금인상안을 1.9%에서 조금이라도 올리면 즉시 쟁의 행위를 중단할 것”이라며 “결국 파업을 얼마나 지속할지는 회사가 결정할 일”이라고 밝혔다.

대한항공 측은 2015년 임금협상을 마무리한 일반노조와의 형평성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 회사의 기본 방침이다. 2016년 임금교섭을 같이 진행하거나 임금 이외 필요사항에 대한 협의를 통해 실질적인 처우개선을 도모하고자 제안하였으나 조종사 노조 측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임금협상 내용과 무관하게 회사와 경영층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허위 자료를 배포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해사행위로 매우 유감스런 일”이라면서 “고객편의는 뒤로한채 일방적으로 파업을 결정한 노조의 행위에 대해 매우 우려스러우나 조종사 노조와의 지속적인 대화의 통로를 열고 최대한 빠르고 원만한 타협을 이뤄낼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