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조, 금형, 용접, 소성가공, 표면처리, 열처리 등은 우리 산업의 뿌리다. 기업, 지역산업, 국가산업을 넘어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인력 상황은 녹록지 않다. 젊고 유능한 인재가 뿌리산업을 기피한다. 외국인 근로자로 대체되면서 고용 시장의 불안정을 초래하고 있다.
이에 앞서 경험한 선진국의 인재 양성 정책을 짚어 보고 중소기업청의 뿌리산업 인력 양성 사업 성과를 조명한다.
독일은 고등학교 단계의 직업 교육을 받는 학생이 이수해야 하는 직업교육훈련이 있다. `이원화 도제 제도`다. 일주일에 3~4일은 직장에서 현장 실습을 하고, 1~2일은 학교 수업을 받는다. 현재 50만개 이상 기업이 직업교육훈련 과정을 제공하고 있다. 이 가운데 99% 이상이 종업원 500명 이하 중소기업이다. 상공회의소는 참여 기업에 직업 훈련 자문과 관리·감독 역할을 맡기고 있다.
이 제도로 기업은 책임의식을 갖게 됐고, 현장 실습을 거친 학생을 직접 고용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 독일의 청년 실업률은 2007년 11%에서 2014년 6.9%로 크게 낮아졌다.
영국은 다양한 유형의 복지급여 수급자나 실업자, 비경제활동인구를 노동 시장에 끌어들이기 위해 `청년 뉴딜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6개월 이상 구직 급여를 신청한 청년 실업자를 프로그램에 의무 가입시켰다. 개별상담가(뉴딜 멘토)를 붙여 직업 훈련이나 복지 프로그램이 취업과 연결되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1990년대 초·중반 16%에 이르던 청년 실업률은 2003년 10.7%까지 낮아졌다.
일본은 2004년부터 `일본형 이원화 제도`를 도입, 기업 실습과 교육 훈련을 병행한다. 현장형 숙련자를 양성하는 과정이다.
국내에서는 중소기업청이 나서서 뿌리기술 인재 양성, 기업 경쟁력 강화, 뿌리기술 단절 예방 및 전수 기반 확산을 위한 `뿌리기술 전문인력 양성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직업훈련 중심에 있는 특성화고 학생 대상의 직업교육에 뿌리기술 전문가를 투입, 자칫 이론 교육에 치우칠 수 있는 교육의 전문성을 높이고 현장 실습과 연계해 예비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성공 대표 사례로 전북기계공고를 꼽을 수 있다. 사출 금형 과목을 개설한 전북기계공고는 안효범 뿌리기술 코칭 전문가를 통해 사출 전문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됐다.
안 코칭 전문가는 자신의 금형 전문 노하우를 학생들에게 전수하는 한편 자신이 직접 30년 동안 근무한 LS엠트론을 비롯해 극동테크, 대성SDI 등에서 학생들이 직접 사출 금형이 제작되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학교에서 접하기 어려운 산업 현장의 기술용어를 익히고, 현장 체험을 통해 직장 적응 능력을 기르는 계기가 됐다.
안 코칭 전문가는 21일 “금형에 대한 뚜렷한 목표의식을 갖고 최고 전문가가 되려는 학생들의 열정 어린 모습을 지켜보면서 전문가 이전에 한 사람으로서 큰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금형 마스터를 꿈꾸는 장근원 군(17)은 “안효범 선생님을 비롯해 현장 학습을 위해 견학한 각 회사의 대표 및 선배들을 보면서 사출 금형 전문 기술사 직업에 자부심을 갖게 됐다”고 즐거워했다
전산응용기계제도 기능사 자격 취득이 목표인 김태규 군(17)은 “학교에서 보던 간단한 금형과 달리 LS엠트론에서 큰 금형을 직접 보고 사출 금형 제작 과정도 체험, 현장 감각을 익힐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황현승 군(17)은 장래 희망이 기능장이다. 친구의 권유로 공업계 학교에 진학했다. 황 군은 “부모님이 원하는 길을 적극 지원해 주고 있다”면서 “대성DSI 견학 과정에서 `명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명장`이라는 회사 관계자의 조언이 가슴에 와 닿았다”며 각오를 다짐했다.
안 코칭 전문가는 “사업에 참여한 학생들은 금형 설계 제작에 강한 성취 욕구로 성장 가능성이 높다”면서 “초심을 잃지 않고 미래 산업 현장의 주역으로서 각자의 꿈을 실현하고 국가 산업 발전에 원동력이 되는 큰 인재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격려했다.
중기청은 올해 20개 특성화고를 대상으로 뿌리기술 전문 인력 양성 사업을 시행했다. 뿌리기술 예비 인력의 전문 인력화를 유도하고 뿌리기술 전문가의 기술 노하우를 전승시켜 기술 단절 예방과 전수 기반 조성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주화 중기청 기술협력보호과장은 “내년에는 사업 정보를 다각도로 홍보, 더 많은 학생이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m